중국은 27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말을 아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상호 평등’을 강조하며 짤막하게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반면 갈수록 밀착하는 미일 관계에 대해서는 관영 매체를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아이처럼 데리고 놀았다”고 노골적인 비아냥을 쏟아내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루캉(陆慷)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두 나라간 어떠한 의견 차이도 우호적인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며 “여기에는 당연히 중국과 미국간 경제무역 갈등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어 “양국의 무역협상은 반드시 상호존중과 평등, 호혜적 이익의 기반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흔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중국만의 원칙을 지키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날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틀간 행보를 놓고서는 꼬투리를 잡으며 이간질에 주력했다. 인민일보는 “아베 총리가 트러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다”라며 “별로 실속도 없이 하루 세끼를 모시고 다녔다”고 비꼬았다. 또 26일 양국 정상의 점심 메뉴로 미국산 소고기 햄버거가 오른 것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의 75%는 미국 소고기의 안전에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 위성TV 즈보강아오타이(直播港澳台)는 아베 총리의 ‘원죄’까지 거론하며 양 정상의 틈을 벌리려 안간힘을 썼다. 일본은 미국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16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첫 행정명령으로 TPP 탈퇴에 서명하면서 아베 총리의 처지가 군색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또다시 극진히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고, 일왕과의 접견자리를 만들고,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예우를 다한 것은 과거의 원죄 때문”이라고 깎아 내렸다.
이어 “아베 총리는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오직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올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일 양국이 경제이슈에 대해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얼마 안 가서 트럼프 대통령의 본색이 드러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다만 양국 정상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중국도 북한을 달래면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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