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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에 배우고 싶다” 치안한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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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에 배우고 싶다” 치안한류 열기

입력
2019.06.10 16:59
수정
2019.06.11 00: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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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ㆍ중남미ㆍ아시아 국가들

파견 요청 6년새 8배 늘어

지난해 10월 한국 경찰이 엘살바도르 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우리의 수사기법을 교육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해 10월 한국 경찰이 엘살바도르 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우리의 수사기법을 교육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달 26일 아랍에미리트(UAE) 경찰이 한국 경찰청에 공문 한 통을 보내왔다. UAE 경찰 교육을 담당할 한국 경찰을, 올해에도 꼭 파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국제 교류 협력 차원에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위조지폐ㆍ위조문서 관련 수사 등 한국 경찰에게 꼭 배우고 싶은 수사기법 목록을 상세하게 열거해둔 문서까지 첨부해뒀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동,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한국 수사기법 전수를 위해 한국 경찰을 파견해 달라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경찰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 경찰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경찰도 한국 치안 시스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적기라 보고 ‘치안 한류’ 사업에 더 공을 들이기로 했다.

한국경찰 파견 요청 국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국경찰 파견 요청 국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국 경찰 파견 요청 자체가 크게 늘었다. 2012년만 해도 파견요청은 4개국에 불과했는데 2017년엔 32개국으로 8배나 늘었다. UAE를 포함한 중동 국가, 아르헨티나ㆍ칠레ㆍ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 베트남ㆍ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 요청에 따라 경찰이 2012년부터 해외에 내보낸 경찰은 31개국 344명에 이른다. 파견 요청을 다 들어 줄 수 없어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거나 교민이 많은 국가에 우선적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들 국가들이 한국의 치안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태수 경찰청 국제협력과 계장은 “개발도상국들 입장에선 한국도 개발도상국 경험이 있어 친숙한 데다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이 선진국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최근 한류 바람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대폭 좋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경찰이 멕시코 경찰을 상대로 우리의 치안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해 11월 한국 경찰이 멕시코 경찰을 상대로 우리의 치안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우리로서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 경찰 파견은 물론, 현지 경찰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또 현지에 과학수사센터를 세워주고 순찰차를 제공하는 등 치안 인프라를 깔아주는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현지 경찰과 끈끈한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교민이나 기업에 대해 현지 경찰의 호의적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찰이 해외에 구축한 치안인프라.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국 경찰이 해외에 구축한 치안인프라. 그래픽=김경진 기자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생한 한인 납치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필리핀 경찰은 한국 경찰과 치안협력사업을 맺은 직후였다. 이 때문에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한국 교민이 다치면 안되니 무조건 잡으라”고 지시했고, 필리핀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한국인을 구출했다. 지난 2월엔 한국 경찰로부터 폐쇄회로(CC)TV 분석ㆍ추적 기법을 배워간 온두라스 경찰이 그 덕에 수도 테구시갈파 부근에서 발생한 차량강도범 일당 5명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한국 경찰에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찰이 그간 게을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자국민 보호 등을 위해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주변 나라를 대상으로 치안기법 알리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2015년 들어서야 외국 경찰과 치안 협력 사업을 추진해왔던 경찰은 올해부터 아예 ‘치안한류’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잡았다. 경찰청 외사국 내 ‘국제협력과’ 이름도 ‘치안한류과’로 바꿀 예정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문화 한류만큼 우리의 치안시스템을 전파하는 것 역시 상대 나라의 호감을 사는데 상당한 효과를 내는 만큼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치안기법을 전수할 때 국내 장비를 활용하는 만큼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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