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 시각) 유람선 침몰사고로 실종된 정모(28)씨는 태어나 처음 해외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
정씨는 최근 힘들어 직장을 그만둔 뒤 쉬다가 기분전환을 위해 누나(31)와 해외여행을 떠났다. 2남 1녀 중 둘째, 셋째인 남매는 우애가 남달랐다고 한다.
공방에서 일하는 누나는 휴가를 내고 대전 집에서 쉬는 동생과 여행길에 올랐다. 이들은 누군가 계약을 취소해 가격이 싸진 상품을 구했다고 좋아하며 나선 여행이었다.
그렇게 떠난 여행은 남매에게 악몽이 됐다. 탑승한 유람선이 또 다른 유람선과 충돌하면서 침몰한 것이다. 다행히 누나는 구조됐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충남 논산에 사는 남매의 부모는 이날 새벽 사고 소식을 접했다. 딸은 구조됐는데 아들이 실종됐다고 했다.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후우~후우’ 한숨만 내쉬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날이 밝자마자 어머니는 첫째 딸 내외와 함께 헝가리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달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집은 아버지와 남매의 고모가 지켰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최모(63ㆍ서산)씨와 안모(61ㆍ대전)씨, 유모(62ㆍ세종)씨 등 특허청 공무원 출신 부부 세 쌍도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옛 내무부 출신으로, 특허청으로 옮겨와 근무하다 최씨와 유씨는 2012년, 안씨는 2015년 명예 퇴직했다.
이들은 퇴직 후에도 자주 만나는 등 친분이 두터웠고, 이번에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까지 함께 갔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안씨만 구조됐고, 나머지 5명은 오후 4시 30분 현재까지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해당 시ㆍ군과 협조해 가족별, 개인별 전담 직원을 지정하고, 생사, 구조, 가족의사 파악 등 즉시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유가족의 헝가리 항공권 구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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