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8년 사이 백두산 주변에서 총 1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백두산 지하의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왕립학회가 29일(현지시각)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개최한 제4회 한ㆍ영 리서치 콘퍼런스에 참석한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백두산 땅 속의 밀도와 중력,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들어 백두산이 다시 심상찮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946년 대폭발했던 백두산은 한반도 전역을 1m 두께로 덮을 정도의 엄청난 화산재를 내뿜었다. 학계에선 당시 규모가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분출물의 1,000배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분과장도 이날 발표에서 “백두산 대폭발로 일본 북부인 홋카이도에도 5㎝ 두께의 화산재가 쌓일 정도였다”며 “직접적인 인명 손실은 물론, 농작물 고사와 가축 폐사 등 피해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과학계도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해 우려했다. 제임스 해먼드 버벡대 지구ㆍ행성과학부 교수는 “2006년부터 백두산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가 갑자기 줄었다”면서 “그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2~2005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는 총 3,000회 이상 지진이 일어났지만 이후 그 빈도가 돌연 급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지하 압력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지진이 늘거나 갑자기 줄어든 것 모두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백두산은 지면이 최고 7㎝ 부풀어 올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두산 정상에 있는 천지가 불러올 위험에 대해서도 영국 과학계는 경고했다. 백두산이 분화하면 뜨거운 화산재나 마그마가 천지의 물과 맞닿게 된다. 이때 천지의 물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수증기가 대규모로 발생, 커다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미 도너번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1995년 뉴질랜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도 이렇게 발생했다”며 “화산 폭발 충격으로 천지의 물이 넘쳐 산기슭을 덮칠 경우 큰 홍수가 발생해 북한과 중국이 수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폭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영국 측 관계자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관측한 백두산 자료를 제공할 정도로 국제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은 1999년부터 백두산 내 자국 영역에 천지화산관측소를 운영, 백두산 반경 50㎞ 이내 지반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다. 북한 역시 2008년 화산관측소를 설치했다.
밀턴케인즈(영국)=공동취재단ㆍ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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