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만난 ‘아미(방탄소년단 팬)’와 이야기하니 금방 시간이 가요.”
오스트리아에서 온 딕샤 쿤즈(20)씨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친구와 함께 영국 런던 중심부 워십 거리 길가에 앉아 바람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이 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 다섯 시간 뒤 열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밤잠도 포기했다. 쿤즈씨와 그의 친구가 들어가려는 매장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기념 팝업스토어였다. 지난달 28일부터 개장한 이곳에 방문하는 아미만 하루 평균 2,000명이다. 쿤즈씨는 “사실 방탄소년단 굿즈(상품)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선착순 200명에게만 무료 증정하는 가방을 받기 위해 일찍 나왔다”며 “어제(지난달 30일)는 오전 4시에 도착한 사람이 1등이었다는 소식이 퍼져, 오늘은 오전 3시에 온 팬도 있다”고 말했다. 그와 잠깐 대화한 사이 수십 명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유럽인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런던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일부터 이틀간 열릴 공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아미는 방탄소년단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런던에서 아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장소 중 하나는 명물 타워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템스강가다.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팬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런던에 입국한 심예지(26)씨는 “런던 곳곳에서 BT21(방탄소년단이 직접 만든 캐릭터) 인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전 세계 아미를 만날 수 있었다”며 “자동입국심사기 오류 때문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입국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사원이 BT21 상품을 보더니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러 온 것인가’라고 묻고는 별 말 없이 통과시켜 줬다”고 말했다. 심씨는 ”방탄소년단과 국적이 같다는 이유로 해외 팬에게 환대를 받은 적도 있다”고도 했다.
한국 팬도 런던에 속속 모였다. 런던은 인천국제공항 기준 직항으로도 11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하지만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공연이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친구와 함께 지난달 31일 영국에 도착한 최규연(31)씨는 “3월 홍콩 콘서트에서 느낀 전율을 잊을 수 없었고, 더욱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하는 공연이기에 고민 없이 런던행을 결정했다”며 “총비용이 200만원쯤 들었지만, 무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방탄소년단과 소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그보다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크다”고 밝혔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암표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12만장 가량의 티켓이 배정됐으나, 지난 3월 방탄소년단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예매가 시작된 지 90분 만에 모두 매진됐다. 티켓 재판매를 중개하는 한 해외 사이트에선 1일 공연 표가 원가의 6배가 넘는 1,061파운드(약 160만원)에 최근 판매되기도 했다.
런던=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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