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참사 사흘째, 현지인들과 교민들은 사고 현장과 한국 대사관을 찾아 실종자 귀환을 빌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은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며 가슴 아파했다.
허블레아니(인어) 유람선이 침몰한 다뉴브강 머르기트 강변에는 지난달 31일에도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켜보는 인파가 이어졌다. 꽃송이를 내려놓고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고, 한국인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거나 팔을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 이런 추모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부다페스트에서 평생을 살아온 실비아(52)씨는 “최근 관광객이 늘면서 유람선도 많아졌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지다 참사가 발생했다”며 “이런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 선박) 선장이 체포되는 등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실종자들이 빨리 귀환하고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여행, 출장, 유학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유럽에 온 한국인들도 같은 마음으로 머르기트 다리를 찾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무는 곽소연(24)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꽃을 사들고 현장으로 왔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3일 전 여행을 위해 유럽을 찾았던 A씨 역시 사고 소식을 듣고 부다페스트를 찾아 이날 머르기트 다리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봤다. A씨는 “유속이 빨라 구조가 더뎌 답답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교민과 헝가리 시민 100여명이 한국대사관 앞에 꽃과 촛불을 들고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빠른 수색을 기원했다. 일터에서 바로 나온 듯 푸른 작업복을 입고 조화를 들고 찾은 이부터, 주변을 지나다 “무슨 일이 있냐” 묻고 사정을 듣고 기도를 하는 이까지 관광객들을덮친 비극 앞에 슬퍼하는 마음은 같았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2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바이야르 기트(18)양은 이날 문화원 친구들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불편하고 슬프고 아픈 마음은 한국어가 아니라 헝가리어로도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런 일로 헝가리를 찾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블랑카 곤도로시(21)씨는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 이번 사고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며 “슬픈 마음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인 33명을 태우고 다뉴브강을 건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현지 시간으로 29일 오후 9시 5분쯤 바이킹시긴호와 충돌한 후 침몰했다. 7명이 구조됐고 7명이 사망했으며 1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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