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적응 실패ㆍ아버지 걱정에 망설였는데… LPGA 진출 선언 5개월 만에 ‘메이저 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적응 실패ㆍ아버지 걱정에 망설였는데… LPGA 진출 선언 5개월 만에 ‘메이저 퀸’

입력
2019.06.03 14:52
수정
2019.06.04 10:07
24면
0 0

이정은, US여자오픈서 LPGA 데뷔 첫 우승

이정은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생애 첫 LPGA 트로피를 끌어안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이정은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생애 첫 LPGA 트로피를 끌어안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핫식스’ 이정은(23ㆍ대방건설)이 자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첫 우승트로피를 사상 최대 상금이 걸린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에서 들어올렸다. 지난 1월 3일 미국진출을 공식 선언한 지 정확히 5개월 만의 성과다.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펑펑 쏟은 이정은은 시상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또 한 번 울컥했다. 힘든 환경에서 골프를 해 온 지난날의 기억 때문이다.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ㆍ6,535야드)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10번째 한국선수이자, 재작년 박성현(26ㆍ솔레어)에 이어 US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이정은은 LPGA 메이저 대회 사상 최대상금인 100만달러(12억원)를 거머쥐며 시즌 총상금 선두(135만3,836달러)로 올라섰다. 스폰서 보너스까지 합하면 이번 우승으로 총 20억원 이상을 보장받게 된 이정은은 향후 10년간 US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특전까지 얻었다.

LPGA 투어는 이정은의 세계랭킹과 국내대회 업적을 언급하며 “그의 우승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은은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 대회에서 전 라운드 언더파 성적을 내며 우승했다. 특히 ‘악마의 홀’로 불리는 11번홀(파3ㆍ172야드)이 승부처였다. LPGA 베테랑들도 혀를 내두르는 이 홀에서 이정은은 단 한차례의 보기 없이 대회를 마쳤다. 11번홀은 홀 주변 그린 경사가 가파른 데다 그린 양 옆엔 깊고 넓은 벙커가 있어 ‘보기 풍년’을 부르는 고난도 코스다. 박성현(26ㆍ솔레어)과 지은희(33ㆍ한화큐셀)는 1라운드 1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박인비(31ㆍKB금융그룹)도 3라운드 때 이 홀에서 더블보기로 진땀을 흘렸을 정도다. 반면 이정은은 이 홀에서 1∼3라운드 파를 기록한 뒤 4라운드에선 버디를 잡아냈다.

이정은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생애 첫 LPGA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이정은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생애 첫 LPGA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이정은은 이날 우승으로 고심했던 미국 진출 결정이 결국 옳은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그가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데까진 숱한 고민이 뒤따랐다. 국내와 해외 무대를 오가며 승승장구했지만, 무리하게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수 있단 우려와 함께 힘이 됐던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4세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버지(이정호씨) 걱정이 무엇보다 컸다.

그래서 이정은은 지난해 LPGA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고서도 “도전할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돼야 한다”며 미국 진출 선언을 서두르지 못했다. 대방건설 등 후원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 받은 뒤 미국 무대에 선 이정은은 시즌 초반부터 차분히 제 실력을 발휘하며 뚜벅뚜벅 나아갔고, 결국 이날 우승으로 목표로 뒀던 신인왕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이정은은 대회를 마친 뒤 “16~18번 마지막 세 홀에서 긴장돼 (두 개의)보기를 했지만, 전반에 플레이를 잘 했기에 후반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었다”며 “(힘들게)골프를 했던 것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집안이 부유하지 못해서 빠듯하게 골프를 했고, 돈을 꼭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은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정은(왼쪽)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유소연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이정은(왼쪽)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마무리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유소연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은 ‘6’ 때문에 ‘핫식스’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정은은 하필 ‘6언더파’로 우승을 달성한 데 대한 질문을 받자 “내게 6은 행운의 숫자”라며 웃었다. 100만 달러 우승 상금으로 무엇을 하겠느냐는 물음엔 “내가 좋아하는 게 한국라면인데, 우승하면 꼭 그걸 먹어야겠다고 정해뒀다”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름 모를 한국 이씨(이정은)’의 우승을 점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한국인 비하 논란이 일었던 타이거 우즈(44)의 전 코치 행크 헤이니 발언에 대해선 “난 영어를 잘 몰라서 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의연히 넘겼다. 행크 헤이니는 이정은의 우승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예측이 맞았다”고 자랑했지만, 정작 이정은 이름의 영문표기(Jeongeun Lee6)를 ‘Jeongean Lee6’로 잘못 써 또 한 차례 사과글을 올렸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