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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잘코사니, 너 벌 받았구나!

입력
2019.06.0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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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전에 실리지 않은 감탄사가 무엇인지를 묻는 퀴즈가 나온 적이 있었다. 잘 쓰지 않는 낯선 감탄사들이 시청자들에게는 꽤나 신선한 느낌이었던 듯하다.

방송으로 화제가 됐던 말 중에 ‘어뜨무러차’는 어린아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감탄사로는 ‘이커서니’나 ‘아카사니’가 있다. ‘이커서니’는 ‘매우’ 무거운 물건을 ‘번쩍’ 들어 올릴 때, ‘아카사니’는 ‘조금’ 무거운 물건을 ‘반짝’ 들어 올릴 때 내는 소리라고 하니 크고 작은 느낌의 말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처럼 사전에는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이 따로 있어?’ 싶은 낯선 감탄사들이 많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는 새’에는 “잘코사니, 에이 시원하다. 우리네 호적을 저희네 밭문서로 삼아 곡식을 마음대로 앗아가더니, 에라 잘됐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때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내는 소리다. “어일싸, 네가 그걸 하면 용하지.”의 ‘어일싸’는 깔보거나 비웃을 때 쓰는 감탄사다. 더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내가 괴이하게 여겼더니 과연 그렇구나.’ 혹은 ‘내 그럴 줄 이미 알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내괘’라는 말도 있는데,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그 쓰임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낯선 표현들은 요즘은 잘 쓰이지 않고 문학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감탄사는 말하는 사람의 느낌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러내고자 하는 느낌에 딱 맞는 감탄사를 쓰면 그만큼 말의 맛이 살아날 수 있다. 사전 속 낯선 감탄사들을 자꾸 꺼내 쓰다보면 금세 입에 붙어 말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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