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코로나 그래프’ 시험 성공하면 우주정거장 탑재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첫 합작품인 태양 관측용 망원경 ‘코로나 그래프’가 올 9월 성층권으로 올라가 시험작동을 한다. 시험에 성공하면 이 코로나 그래프는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가게 된다.
천문연은 NASA와 함께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를 오는 9월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지름 약 120m에 이르는 대형 무인 기구에 실어 지상 40~50㎞ 높이의 성층권으로 올려 보낼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코로나 그래프 개발은 2017년 본격 시작됐으며, 우리나라는 2021년까지 약 180억원을 투자한다. 우주강국 미국과의 실질적인 첫 공동개발 사례로 평가받는 만큼, 과학계에선 양국간 신뢰도를 높여 향후 달 탐사 등에서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코로나는 태양 표면에서 우주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엷은 가스층으로, 온도가 100만~1,000만도에 달한다. 코로나 그래프는 코로나를 상시 관찰할 수 있게 만든 특수 망원경이다. 개기일식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처럼 태양 본체의 강한 빛을 막아 가장자리의 가스층이 보이게 한다. 개기일식과 원리가 비슷하다는 뜻에서 코로나 그래프는 ‘인공 일식 장치’라고도 불린다. 지상에 설치된 코로나 그래프는 대기 때문에 관측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각국이 우주용 코로나 그래프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운용해본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정도다.
천문연과 NASA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에는 4가지 필터가 달려 있다. 각 필터가 여러 파장에서 측정한 코로나 밝기 비율을 이용해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계산한다. 코로나의 밀도만 측정할 수 있던 기존 코로나 그래프보다 더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천문연은 설명했다. 2017년 8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일어났을 때 천문연과 NASA 연구진은 와이오밍주에서 코로나를 관측하며 필터 성능을 확인했다. 이후 천문연은 필터와 편광 카메라, 운영 소프트웨어 등 코로나 그래프 주요 구성 요소들을 제작해 지난해 말 NASA로 보냈다. NASA는 현재 이들을 다른 부품들과 조립하는 중이다. 완성되면 구경 약 10㎝, 길이 1m 남짓한 크기가 된다.
이번 공동 개발은 2010년 7월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두 기관의 협력이 기반이 됐다. 당시 두 기관은 연구협약을 맺고 NASA의 태양동역학우주망원경(SDO)과 지구 주변 방사선 영역을 관측하는 반 알렌 탐사선이 보내오는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를 발판으로 두 기관은 2016년 5월 태양물리 워킹그룹 헌장에 서명했고, 이듬해 코로나 그래프 개발에 착수했다. 천문연 관계자는 “한미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연구비를 투자한, NASA와의 첫 공식 연구개발 사례”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코로나 그래프를 굳이 우주로 올려 보내려는 이유는 태양풍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태양풍은 코로나에서 방출된 전자를 비롯한 수많은 입자들이 초속 약 400㎞로 지구로 날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풍의 밀도나 속도가 증가하면 지구 자기장을 변화시켜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대규모 정전이나 통신 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김연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 그래프가 우주에서 실제로 관측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태양풍 예측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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