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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둔 자영업자 급감... 해고 탓일까, 폐업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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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둔 자영업자 급감... 해고 탓일까, 폐업 탓일까

입력
2019.06.0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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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서울시내 건물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시내 건물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 인천 남동공단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59)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 중이다. 인부를 파견 받는 제조업체 경기가 나쁜데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잔업이 사라지며 기업의 인력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도 어려웠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며 “공단 내 업체 100곳이 문 닫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냄비의 광을 내는 연마 공장에서 일하고, 야간에 대리운전을 하는 등 ‘쓰리잡’을 뛰고 있다. 그는 “최근 연마 일감도 줄어 이 부업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그간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세가 올해 들어 급격히 꺾이고 있다. 내수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작년까지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며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올해 한계 상황에 내몰리며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과 반대인 자영업 취업자 흐름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9,000명 줄었다. 반면 1인 자영업자는 2만명 늘었다. 이는 작년과 정반대 흐름이다. 작년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4만3,000명 늘었고, 1인 자영업자는 8만7,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미미하고, 고용의 질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참사로 이어졌다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올해 이들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종별 취업자. 신동준 기자
업종별 취업자. 신동준 기자

통계상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크게 이들이 ①종업원을 모두 해고해 1인 자영업자로 전락하거나 ②아예 문을 닫는 경우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①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1~4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숙박ㆍ음식점업(-4만3,000명)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는데, 여기서 1인 자영업자는 오히려 2만5,000명 늘었다.

당장 모텔, 음식점을 하던 상당수 자영업자가 직원을 해고하고 1인 자영업자로 이동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연령별로 보면, 숙박ㆍ음식점을 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0대(-1만4,000명) 50대(-2만7,000명)에서 많이 감소했다. 위의 추정이 성립하려면 같은 연령대 1인 자영업자가 늘어야 하지만 숙박ㆍ음식점 내 40~50대 1인 자영업자도 3,000명 줄었다. 오히려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난 연령대는 30대(+8,600명) 60대(+1만2,000명)였다.

연령별 취업자. 신동준 기자
연령별 취업자. 신동준 기자

◇”불경기에 결국 폐업” 가능성에 무게

그래서 전문가들은 ②에 무게를 둔다.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2017~2018년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났지만, 불경기에 이들이 종업원을 줄이며 버티다가 올해 추가로 최저임금이 인상(7,350→8,350원)되자 결국 폐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4월 실직자(1년 미만) 중 실직 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였던 이들은 월평균 9,700명으로 작년보다 약 50% 급증했다. 이는 1인 자영업자(25%) 상용직(21%) 일용직(20%) 등의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들이 견디다 못해 폐업을 하고, 실직자들은 1인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원인 분석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2000년부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나 1인 자영업자 모두 증감을 반복하고 있어 최근 지표도 이런 순환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를 둘러싼 경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지난해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 등에 따라 통계적 착시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가) 폐업 때문인지, 증감 사이클에 따른 착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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