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인 30대 여성이 긴급체포 사흘 만에 결국 구속됐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피의자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후 피해자의 시신을 바다와 육지 등에 유기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심병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의 한 무인펜션에서 전 남편 A(37)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은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B(36)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4일 밝혔다. 심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시간 대 전 남편인 A씨와 아들과 함께 들어간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또 범행 이후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후 제주를 빠져나가는 여객선 선상에서 시신을 바다에 버렸고, 나머지는 육지 등 3곳 이상에서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30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가다 1시간쯤 지난 후 여행가방에서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봉지를 꺼내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여객선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B씨는 또 배를 타기 2시간 여 전에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과 여행 가방 외에도 비닐장갑과 화장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앞서 지난달 18일 전라남도 완도항에서 자신의 차량을 끌고 배편을 통해 제주로 들어왔고, 이어 지난달 25일 숨진 A씨와 만나 제주시의 한 무인펜션에 함께 들어간 후 이틀 뒤인 27일 내용을 알 수 없는 물건을 들고 혼자 펜션을 빠져나왔다. B씨는 또 다음날 차량을 끌고 완도행 배에 올라 제주를 떠나 사흘 뒤에 자신의 거주지인 충북 청주로 돌아갔다. 경찰은 B씨가 충북 청주로 돌아기 전 경기도 김포 등에서 머문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에도 인력을 파견해 시신 유기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범행 전에 인터넷을 통해 ‘니코틴 치사량’, ‘살해도구’ 등을 검색한 점, 지금까지 수사 결과 범행 장소인 폐쇄회로(CC)TV가 없는 무인 펜션을 B씨가 예고도 없이 예약한 점, 펜션에도 자신의 차량에 피해자를 태워 이동한 점, B씨가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차량을 배편으로 제주로 갖고 온 점 등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다수의 증거와 정황을 확인했다. 또 B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틀 뒤인 27일 숨진 A씨의 휴대폰으로 자신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5일 오전 10시 피의자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B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요건이 충족된 경우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숨진 A씨의 유족들도 B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살해 이후 시체 유기까지 범행 전체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수사 결과로는 B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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