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이유요? 한국 독자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이기 때문이죠!”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58)가 방한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베르베르는 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미래에 관심 갖는 사람을 위한 글을 쓰는데, 한국 독자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미래에 관심이 많아 내 책이 잘 이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방한은 새 장편소설 ‘죽음’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이뤄졌다. 베르베르는 1994년 첫 방한 이후 이번에 여덟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2016년 ‘제3인류’ 한국어판 완간을 맞아 방문한 이후 3년 만이다.
‘죽음’은 새 책 출간을 앞둔 인기 추리소설가가 갑작스레 살해당한 후 영혼이 되어 죽음의 배후를 직접 추적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베르베르는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처럼 여겨지는 주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일 뿐 우리 삶의 마지막 챕터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풀어 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주인공인 추리소설가를 비롯해 영매와 AI(인공지능)가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과학기자로 일하기도 했던 베르베르는 “죽음과 영적인 존재에 대한 생각이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생각과 대립된다”는 질문에 “과학기자로 일할 땐 좌뇌를 많이 썼지만 소설을 쓸 때는 우뇌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과학의 잣대를 소설에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베르베르는 소설 집필을 위해 많은 영매들을 만났다며, 한국의 전통 영매라 할 수 있는 무당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도 했다.
베르베르는 개미나 고양이, 신처럼, 인간 아닌 존재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그려 내왔다. 이번 소설 역시 ‘영혼’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베르베르는 “인간 아닌 존재의 시각으로 볼 때 오히려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의 출간 즈음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했던 베르베르는 “육신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자체가 경이로운 경험”이라며 “살아 있다는 점을 감사히 여기며 삶을 십분 활용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베르베르는 저서가 한국에서만 누적 판매량이 1,200만권에 달할 정도로 인기 작가지만 프랑스에서는 장르문학 작가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작가가 주인공인 이번 소설에는 프랑스 문단에 대한 그의 일침도 담겼다. 베르베르는 “(정통 문단으로부터 배척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틀에 박힌 공식 문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젊은 독자에게 인기 있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베르베르는 13일 출국한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대중 강연 2회, 팬 사인회 3회, 인터넷 생중계 방송 등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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