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화수동 일진전기 인천공장
최근 영화나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에서 공장 신이 나온다면 인천 동구 화수동 일진전기 인천공장에서 찍었을 가능성이 많다. 지난 4월에만 OCN 드라마 ‘보이스3’를 비롯해 드라마 3편과 광고 1편, 뮤직비디오 1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4월 한 달간 촬영이 있었던 날은 11일로, 사흘에 하루 꼴로 영화 등을 찍었다.
올해 1월 개봉해 관객 286만명을 모은 유해진 주연 영화 ‘말모이’와 최근 인기를 모은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가수 보아의 9집 타이틀곡 ‘우먼’ 뮤직비디오, 남성 듀오 노라조가 모델로 나와 눈길을 끈 사이다 광고에도 일진전기 인천공장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6일 인천영상위원회와 인천 동구에 따르면 생산라인이 충남 홍성공장으로 옮겨가면서 2014년 12월부터 완전히 가동을 중단한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부지가 약 7만3,000㎡(2만2,000평)에 이르고 건물만 11개에 달한다. 4개 건물이 하나로 이어진 곳부터 층고가 각각 다른 공간까지 한곳에 모여 있다.
붉은색 벽돌과 파란색 철제 패널 건물, 새것과 다름없는 건물과 벽돌은 무너지고 패널은 녹이 슨 낡은 건물, 담쟁이 덩굴에 뒤덮인 건물까지 수십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공장이 옮겨가면서 건물 내부는 비어 있는 상태다.
일진전기 인천공장 입구에는 차량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아스팔트 주차장이 있어 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촬영 시에 요긴하게 쓰인다는 게 인천영상위원회 설명이다. 일진전기 인천공장 인근에는 공장 건물 외에 생활관이라는 별관도 있다. 이름에서 기숙사가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사무공간에 가까웠다고 한다.
일진전기 인천공장 전신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화수동 매립지에 들어선 전기 관련 용품을 제작하는 시바우라(芝浦)제작소의 공장이었다. 시바우라제작소는 이듬해 도쿄전기와 합쳐져 도쿄시바우라제작소로 바뀌게 된다. 태평양전쟁 종전을 1년 앞둔 1944년에는 군수회사로도 지정된 도쿄시바우라제작소는 이후 도시바로 이름을 바꾼다. 도쿄시바우라제작소의 화수동 공장은 1956년 이천전기공업이 인수했다. 이후 1993년 삼성그룹에 넘겨졌다가 퇴출되고 1998년 일진전기 자회사로 편입됐다.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자연ㆍ문화유산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해마다 추진하는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ㆍ문화유산’ 후보에도 2017년 올랐으나 아쉽게도 선정되지는 못했다. 이곳은 현재 안타깝게도 내부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그러나 공장 바깥쪽으로 1.3㎞ 길이의 화수부두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공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공장 북서쪽 500m 거리에는 수산물 직매장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하거나 맛볼 수 있는 화수부두가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까지 인천 대표 어항이었던 화수부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 등지에서 잡은 수산물의 집하 부두였다. 새우젓 전용선이 들어올 정도로 새우젓 시장으로도 유명했다. 인근에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만석부두와 노을 명소인 북성포구도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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