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국내 5G(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다음 주 중 1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이전 4G 가입자 증가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5G 전용 단말기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 LG전자의 V50 씽큐 단 2종류 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것이다.
그러나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은 4G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5G 시장은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 경쟁을 통해 규모만 키워 놓은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 수는 이달 중순쯤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통사들이 지난 4월 초부터 본격적인 가입자 모집 경쟁에 나선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4월에는 가입자가 23만명에 그칠 정도로 서비스 확산 속도가 더뎠다. 당시 5G 전용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뿐이었던 데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G 서비스의 초기 통신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LG전자의 5G폰이 시장에 나오고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이통사들 간 보조금 지급 경쟁이 시작되면서 5G폰을 구매하는 소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며 "지난달 말 가입자 수가 70만명을 넘어선 만큼 다음 주말 정도면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5G 가입자 수와 다르게 초고속, 초저지연 등으로 대표되는 5G 서비스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어 소비자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5G 서비스가 시작 되기 전 국내 이통업계는 “5G 데이터 전송 속도(20Gbps)는 4G보다 최대 20배 빠르다”고 앞다퉈 홍보했으나, 현재 각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5G 통신 평균 속도는 4G보다 불과 100~200Mbps 빠른 정도다.
이통사들이 망 개선 작업을 통해 속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나 내년에도 5G 속도는 최대5Gbps에 그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고속 전송 속도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등 5G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B2B 서비스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확보돼야 가능한 것으로 올해는 관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망 개선 작업과 커버리지 확장 작업이 내년 상반기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B2B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G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가입자 증가 속도가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상당수가 5G 서비스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기 보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혜택 때문에 5G 서비스를 선택한 만큼, 이통사들이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5G 가입자 증가 속도도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각 이통사들이 5G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어 5G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경쟁은 당분간 계속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초기 5G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면 5G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익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내년까지는 가입자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게 이통사들의 공통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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