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가 문득 정말 오랜만에 이런 ‘대형’ 마트에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바쁜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같이 가자고 말을 꺼내지 않았던 아내 덕분인 것 같아 이유를 물어보니 아내 역시 대형마트는 오랜만에 왔다며 무거운 생활용품은 마트 배송으로, 틈틈이 필요한 식료품은 새벽배송이나 가까운 동네마트를 이용하게 된다고 했다.
농식품의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3조 7,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20.8%가 증가했고 식품류는 2018년 13조원 규모로 2017년 대비 29% 성장했다. 하지만 식품류는 전체 매출의 12.3%만 온라인 매출로 화장품(33%), 서적·문구류(36.6%) 등에 비하면 그 비중이 낮다. 구매 사이클이 짧은 식품의 온라인 매출이 적은 것은 신선도,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지각된 위험(불안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 부문의 온라인 매출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배송서비스의 향상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G마켓,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은 누구나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개방성이 장점이지만 비슷한 상품들이 등록되고 가격 위주로 경쟁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주로 표준화된 품질의 라면, 제과, 음료 등 가공식품 위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비자가 식품 선택에 있어 심리적인 위험 회피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의 온라인몰은 커져 가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나 플랫폼 기술력의 한계와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영업방식으로 인해 온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와의 경쟁에 다소 애로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기반의 식품 플랫폼이 온라인 식품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식품 전문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마켓컬리, 헬로네이처와 함께 더반찬, 다노샵, 오아시스 등 각자 색깔이 뚜렷한 마켓의 등장과 성장은 소비자의 식품 선택의 기준이 가격에서 품질로, 다양성에서 선택된 제품군으로 옮겨 갔음을 보여 준다. 여전히 가격우위가 온라인 쇼핑몰의 강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쇼핑몰 콘셉트에 맞는 제품군을 내세워 기존 대형마트, 오픈마켓과 차별화하고 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헬로네이처 창업주 박병열 대표는 새벽배송이라는 편리함보다는 제품군을 경쟁력이자 매출 증대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새벽배송은 물론 국산,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엄선해 구성하고 직매입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함에 있어 신선함과 신속 배송은 기본이고, 추가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아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식품 소비 선택 기준의 변화와 식품 전문 플랫폼의 등장은 우리 중소식품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산농산물을 사용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생산해 왔음에도 가격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열위로 오프라인 대형유통업체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던 식품업체들이 독특한 맛과 원료의 안전성을 내세워 식품 전문 플랫폼에 입점하고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핫하다는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오아시스몰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식품기업의 제품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 중소식품기업의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제품보다는 몸에 좋거나 입맛에 맞는 등 개개인의 취향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용의가 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용산역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찬들마루)에서 판매되는 중소식품기업 제품을 우체국 쇼핑몰에 입점시켜 두 달 만에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오아시스 마켓에 신규로 전용 판매관을 개설할 예정이며 온라인몰 입점에 필요한 제품별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는 지원사업도 시작해 중소식품기업이 커져 가는 온라인 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다양화됨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제 가격이 아닌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취급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중소식품기업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여 변화하는 유통환경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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