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자 권 박사, 강의 태도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
경찰 고위직, 공공기관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일부 교육생과 갈등을 빚었던 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직의 최고 지도자들인 교육생들의 태도가 권위적이었으며, 그들의 집단적 폭력 앞에 자신은 무력했다는 주장이다. 이 강사는 “객관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강압적인 강의”라는 일부 교육생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성평등 교육 강사로 나섰던 여성학자 권모 박사는 6일 오후 8시50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관의 대응과 별개로 당시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및 언론사 인터뷰로 인해 형성된 여론 중 거짓이나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글을 올렸다. 권 박사는 교육 논란 이후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에 “잡힌 일정과 컨디션 악화로 당분간 인터뷰를 못할 것 같다”며 거절해오다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권 박사는 ‘강사의 태도가 권위적이었고, 강의 내용이 강압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식의 권위는 불가능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교육생은 모두 기관장, 임원, 총경(경찰서장) 승진 예정자들이었다. 제가 그분들의 직속 상관도 아니고 무슨 권위를 내세우겠느냐”며 “고위직 관리자 집단 앞에 서면 강사는 그것만으로도 무척 조심스럽다”고 했다.
권 박사는 이어 “그날 교육 현장에서 누가 권위적이었는지를 묻는다면 교육생 집단이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 과제를 앞두고 관리자가 갖는 고민을 조별로 공유해보자는 토론을 제안했지만 한 교육생이 큰 목소리로 거부했고, 상당수 교육생이 교육장을 이탈했다. 토론을 접고 강의를 시작했지만 “일만 잘하면 남자 여자 안 따지지”라는 교육생의 말이 나왔고, 웃음과 잡담이 이어졌다. 권 박사는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항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는 웃었으며, 누군가는 방관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집단적 폭력 앞에서 저는 무기력했고, 강의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비객관적이고 강압적인 강의였다’는 일부 교육생 주장도 반박했다. 권 박사는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하며, 여성 경찰 및 여성 경찰 관리자 비율을 절반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없다. ‘경찰 관리자는 성희롱이나 하면서 이유 없이 양성 평등에 역행한다’고 말한 적도 없다”며 “명백한 왜곡이며 거짓”이라고 밝혔다.
‘전체 경찰 중 여성 비율이 11.1%(2017년 현재)’라는 자료의 출처를 묻자 강사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는 일부 교육생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계임을 밝힌 이후에도 ‘이견’은 중단되지 않았고, 아무도 강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들어보자고 제안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맞섰다.
권 박사는 “지금 저를 사로잡고 있는 질문은, 왜 그 강의 현장에서 그 많은 사람에게 자정 능력이 없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도대체 이 현상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는 경찰 총경 승진 예정자 57명과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간부 14명 등 71명 대상 성평등 교육이 있었다. 권 박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의를 막고 비협조적이었던 교육생들의 태도를 “분탕질”이라며 비난했다. 권 박사의 글이 이슈가 되자 이날 교육을 받았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부 A씨는 3일 페이스북에 권 박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고, 당시 강의 현장에 있었다는 현직 경찰의 교육생 비판 주장이 이어져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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