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콜럼버스 곰’ KM-53, 3차례 지리산 탈출 시도하다 교통사고도 당해
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에 방사했으나 다른 지역으로 수차례 탈출을 시도해 ‘탈출곰’이라는 별명이 붙은 일명 ‘오삼이’. 오삼이는 공단이 부여한 코드번호 KM-53에서 따 왔다. 교통사고까지 당해 생사를 오가던 오삼이가 소원 끝에 김천 수도산에 방사했으나 이번엔 직선거리 40㎞나 되는 금오산에서 발견됐다. 왜, 어떻게 금오산까지 오게 됐을까.
지난 6일 오전 집 근처 금오산을 등산하던 박 모씨는 금오산 7부 능선 철제탑 부근에서 움직이는 검은 형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검은 형체는 다름 아닌 말로만 듣던 반달가슴곰이었다. 놀란 박씨는 구미시청에 “곰이 금오산에 돌아다니고 있다”며 신고했다.
박 씨는 “산행을 하던 중 멀리서 검은색 형체가 보여 뭔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곰이었다”며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고 그 자리에서 5분 정도 머무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이 금오산에 목격된 것은 지난 6일 오전 6시 50분쯤. 목격된 반달가슴곰은 다름 아닌 지난해 8월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방사한 5살 수컷 오삼이였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오삼이가 지난 5일까지 김천 농소면 야산에서 머물다 5, 6일 수도산에서 금오산으로 넘어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기술원은 곰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접어들어 수도산과 금오산이 서식환경이 비슷해 활동 반경을 넓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수도산에 서식지를 마련한 오삼이가 인적이 드문 시간대 산줄기를 따라 구미 금오산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금오산에도 반달가슴곰 주의령이 내려졌다. 종복원기술원과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는 금오산 주요 등산로 일대에 반달가슴곰 보호와 만났을 때 행동요령 등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우준수 구미시 환경보전과장은 “반달가슴곰 보호를 위해 금오산 주요 등산로 일대에 현수막과 곰을 만났을 때 대처요령 알림판 등을 설치 할 것”이라며 “반달가슴곰이 공격 성향이 적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반달가슴곰을 발견하면 뒤쪽으로 천천히 물러선 뒤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삼이의 서식지 탈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명 ‘콜럼버스 곰’, ‘탈출곰’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5년 1월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난 오삼이는 같은 해 10월 지리산으로 방사됐지만 2017년 지리산과 수도산을 두 차례 오가며 주요 도로 10여곳을 횡단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수도산으로 세 번째 탈출을 시도하다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달리던 고속버스에 부딪혀 왼쪽 앞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오삼이의 모험심에 관계당국도 항복하고 지난해 8월 지리산이 아닌 오삼이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수도산으로의 방사를 결정했다.
수도산으로 방사된 뒤 오삼이는 그 동안 잘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가야산에서 동면에 접어든 오삼이의 모습이 무인카메라 등에 포착됐고, 몸무게도 90kg에서 130kg까지 쪘다. 그리고 지난 3월 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오삼이가 왜 금오산으로 이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특유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원인이라는 가능성도 지목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이사현 센터장은 “반달가슴곰 KM-53은 동물 고유 야생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지리산권을 반복해서 벗어나려는 반달가슴곰들의 시도는 먹이와 번식을 위한 것보다는 호기심이 강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리산권을 벗어나려는 반달가슴곰들을 위한 생태 통로와 연계 서식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원 측은 반달가슴곰의 연간 이동 거리는 193㎞, 행동권은 35㎢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리산에 풀어준 곰들의 교배로 태어난 KM-55는 지난해 6월 섬진강을 건너 백운산까지 갔다 올무에 걸려 숨지기도 했다.
현재 2004년부터 시작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으로 지리산권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곰은 64마리(방사 20마리, 출생 44마리)다. 기술원은 오삼이가 김천 수도산을 벗어난 이유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관련 안전대책마련에도 나섰다.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오삼이의 이동 속도로 봤을 때 아직 금오산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위치 추적기(GPS)를 통해 오삼이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고 말했다.
구춘서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장은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회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곰을 보면 그 자리를 피하고 음식물을 주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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