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도, 중국은 파키스탄 지원하며 상호 견제… 패권경쟁 심화할 가능성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인도ㆍ파키스탄 분리 독립 이후 종교 갈등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패권 국가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들면서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알카에다 토벌 등 대테러 정책을 위해 파키스탄을 지원해 온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로 말을 갈아 탔고,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파키스탄의 배후 세력을 자처하고 있다. 종교ㆍ영토ㆍ대테러전에 이어 미중 패권 다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카슈미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갈수록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던 2월 말, 블룸버그 통신은 양국 간 반복되는 소규모 충돌이 “미중 초강대국의 갈등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중국 봉쇄정책인 ‘인도ㆍ태평양 전략’이 대표 사례다. 중국은 인도-미국의 밀착에 맞서 이들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공을 들여왔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주요국 중 하나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을 비롯해 약 600억 달러(약 70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러시아 매체 ‘RT’에 따르면 중국은 파키스탄의 최대 무역국이자 최대 무기 수출국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양국 갈등을 암묵적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알렉세이 쿠프리야노프 연구원은 R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 최대한 많은 분쟁에 휘말리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어떤 갈등이든 중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고, 이는 태평양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 덜해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각각 중국과 미국이 자신들을 지원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카슈미르 분쟁이 격화할 경우 미중 사이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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