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수제 마카롱 가게를 연 김경아(30ㆍ가명)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팔로잉’(친구 맺기) 한 A씨 계정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김씨의 마카롱 제조법과 디자인을 마치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인양 A씨가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카롱은 ‘인스타그램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NS 의존도가 높다 보니 업계에서 이런 일이 흔하다”며 “억울하지만 특허를 보유한 게 아니어서 그냥 참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독창적인 상품을 내놓은 영세상인들이 일부 얌체 카피캣(모방)족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마카롱 업계에서 특히 베끼기 논란이 극심하다.
프랑스 디저트인 마카롱은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배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스타그램에 마카롱을 검색하면 형형색색의 마카롱을 배경으로 한 인증 사진 등 관련 게시글만 300만개가 넘는다. 마카롱 상표를 등록한 곳도 1만5,600곳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경쟁이 과열됐다. 입소문에 목멘 업체들이 독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조 비법까지 공개하는 일도 다반사다.
문제는 대놓고 제조법과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다. 밤을 새워 가며 자신 만의 마카롱을 개발한 영세업자들로선 속 터지는 일이지만 정작 마카롱 같은 식품은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구본진 변호사는 “특허가 인정되려면 기술의 진보성이나 신규성을 인정 받아야 하는데, 단순히 재료의 선택과 제조 과정에 의해 달라지는 요리법이 이 같은 특성을 인정 받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저작권 역시 식품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때문에 관련 사업자들의 가슴앓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케이크 제작 강의를 하고 있는 오지연(40ㆍ가명)씨는 “제조법을 넘어 강의 방식까지 따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두로 경고를 하기도 하지만 아예 자신의 행위를 도용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 작품이 예뻐서 흉내 내는 거라고 스스로 위안 삼고 넘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규민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식품을 넘어 인테리어 등 가게 콘셉트까지 그대로 베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제대로 된 법적 권리를 갖추지 못한 사업자들이 많다 보니 영세상인들간 갈등만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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