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70% 수준으로 뚝… 삼성 등 기업의 대미 로비액은 증가
2018년 한국 정부 및 관변 기관의 대미 로비자금 규모가 일본 대비 70%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7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크게 앞섰던 만큼 이는 주목할 만한 상황 반전이다. 일부에서는 미일 관계와 비교했을 때 한미 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내부의 로비ㆍ정치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정부ㆍ공공기관이 미 당국에 신고한 금액은 1,960만달러(약 230억원)로 일본 정부ㆍ공공기관 지출액(2,799만달러)의 70%에 머물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에는 한국(6,352만달러)이 일본(4,517만달러)을 제치고 세계 모든 나라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당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보 수집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해 8월 “미국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나라들은 한국과 일본, 캐나다, 독일 등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일본 기업을 대표해 로비를 하는 일본 대외무역기구는 정부에서 거액의 자금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인 데 반해, 한국 정부는 기업들을 더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정부의 로비 관련 집행규모가 큰 폭으로 역전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 신고된 원자료의 누락이나 집계 방식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북미 핵협상과 무역협상 등의 변수가 겹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로비 활동에 대한 필요성이 차이가 나면서 생긴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정부의 대미 정보수집ㆍ여론조성 활동이 줄어든 것과 달리 개별 한국 기업들의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활동은 증가했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 노트 7’ 대량 리콜 직후인 2017년(350만달러)보다도 10%가량 늘어난 385만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하며 역대 최대액을 기록했다. 삼성 다음으로는 현대ㆍ기아차의 규모가 컸다 현대차는 76만달러(2017년)에서 108만달러(2018년)로 집행 규모를 늘렸고, 기아자동차도 2010년부터 관련 금액을 지속적으로 증액시킨 결과, 3년 연속(2016~2018) 최고치인 76만달러 지출을 유지했다.
포스코도 77만5,000달러(2017년)에서 82만8,000달러(2018년)로 로비 활동을 강화한 반면, LG는 지난해 지출액이 20만달러로 트럼프 행정부 1년차(24만달러) 때보다 하락했다. 2017년 지출액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SK 하이닉스는 121만달러를 지출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로비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초강경 관세 정책도 불사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는 특허ㆍ상표권ㆍ지식재산권이나 통신 분야 로비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무역ㆍ통상 분야 로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CPR은 ‘오픈시크릿’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세계 주요국정부와 기업들이 미 법무부에 신고한 합법적인 대미 로비ㆍ홍보 자금을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다만 FARA에 등록된 금액에는 로비스트로 등록된 개인 및 기관에 지불된 비용도 있지만, 한국무역협회(KITA) 등 공적기관이 쓰는 비용도 포함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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