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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 혈흔에서 나온 ‘졸피뎀’은 수면제 아닌 수면유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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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 혈흔에서 나온 ‘졸피뎀’은 수면제 아닌 수면유도제

입력
2019.06.10 20:17
수정
2019.06.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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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유도 기능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효과 빨라

부작용 극심해 한 번에 28일 이상 사용 금지

졸피뎀
졸피뎀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해자 강모(36)씨의 혈흔에서 불면증 단기 치료에 쓰이는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0일 피의자 고유정(36) 자동차에서 발견된 이불에서 채취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원에서 2차 검사한 결과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졸피뎀은 수면제(항불안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수면유도제’로 분류한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해 진정·수면 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빨라 취침하기 직전에 먹는다. 또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면제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항불안제다. 벤조다이아제핀 약물이 대표적이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는 불안 조절뿐만 아니라 수면 유도, 근육 이완, 경기(驚起)ㆍ발작 예방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억지로 뇌파를 졸리게 해 기억력이 떨어지고, 잠을 깨도 머리가 띵하고 개운하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같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할시온(성분명 트리아졸람)도 불안, 짜증, 건망증, 공격적 성향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제의 부작용을 보안해 수면 유도 기능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개발된 약이 비(非)벤조다이아제핀 수면유도제다. 대표적인 수면유도제가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졸피뎀이다. 졸피뎀 사용량은 2013년 19개 품목 1억1,310만 정에서 2015년 1억2,025만 정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졸피뎀은 수면만 유도하고 몸에서 빠져나가므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졸피뎀 등 수면유도제도 장기간 오ㆍ남용하면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만 구입할 수 있다. 수면장애를 이유로 수면다원검사를 하지 않고 졸피뎀을 계속 복용하면 문제될 수 있다. 졸피뎀의 자려고 하는 힘과 수면장애의 자지 않으려고 하는 힘이 충돌하면 몽유증상이나 수면 중 섭식장애 등이 생긴다.

졸피뎀의 또 다른 위험성은 자주 먹으면 수면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복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점이다. 졸피뎀 복용량이 점점 늘어나면 수면장애 증상도 점점 심각해져 잠을 도저히 잘 수 없게 되는 등 부작용이 심해진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공단도 부작용을 우려해 졸피뎀을 한 번에 28일 이상, 할시온은 21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11월 졸피뎀의 효능·효과를 '불면증 치료'에서 '불면증의 단기 치료'로 바꾸고, '치료 기간은 가능한 한 짧아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특히 ‘치료 기간은 4주를 넘지 않도록 한다’며 ‘환자 상태에 대한 재평가 없이 최대 치료 기간을 초과해 투여해서는 안 된다’고도 적시했다.

그러면 수면제와 수면유도제을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뭘까.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정해진 용법, 용량을 꼭 지켜야 한다. 또한 불면증으로 3주 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불면증 원인을 찾고, 근본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해서는 안될 때도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약물 복용 시 호흡 기능이 떨어져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으로 이 같은 증세가 확인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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