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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 5곳 중 1곳은 퇴근 뒤 수시로 업무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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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 5곳 중 1곳은 퇴근 뒤 수시로 업무 지시

입력
2019.06.12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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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실태조사 “긴박하지 않은 업무 빈번”

“근로시간 관리 정착 위해선 가이드라인 도입 필요”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를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실태 조사 결과 기업 5곳 중 1곳은 여전히 근로자가 퇴근한 후에도 업무 지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52시간제 도입이나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 같은 근로시간 단축 노력이 실질적으로 안착하려면 근로시간 기록을 위한 가이드라인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9월 50인 이상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첫 실태조사를 하고 작성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20.0%)은 근로시간 외에도 업무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34.8%)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3.3%), 출판ㆍ영상ㆍ방송통신업(23.8%)에 비해 숙박 및 음식점업(0.0%), 도매 및 소매업(8.0%), 교육서비스업(13.8%) 등의 연락 비율은 현저히 낮아 업종별 차이가 컸다. 또한 종사자 수가 50~99명인 곳은 26.0%, 100~299명은 20.4%, 300명 이상은 15.7%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퇴근 이후 업무 연락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퇴근 이후 업무 연락을 하는 기업(60곳)은 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90.0%ㆍ중복응답)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ㆍ40.0%), 이메일 전송(23.3%) 등을 통해 연락했다. 퇴근 이후 업무 연락을 하는 이유는 ‘회사와 관련된 긴박한 사건ㆍ사고발생’(78.3%)이 가장 높았지만 ‘다음 근무일에 수행해야 할 업무 정보 공유’(35.0%)나 ‘파일 작성이나 편집 지시’(23.3%)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기업의 76.7%는 퇴근 이후 업무를 해도 근로자에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업무 시간 외 근로지시에 대한 제재를 하려면 기업마다 정확히 측정한 실제 근로시간과 추가 근로에 대한 보상제도 등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선 전체 기업 중 88.3%(267곳)가 근로시간을 기록 관리하고 있었지만,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보상하기 위한 목적'(14.9%)이 아니라 '단순 근태 파악'(81.7%) 목적이었다. 근로시간 관리가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근로자의 휴식 있는 삶 보장을 위해 근로시간외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선언적 의미(신경민 의원안)나,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50%를 줘야 한다는 제재 조항(이용호 의원안)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업종별ㆍ규모별 차이가 커 일괄규제를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2년 넘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앞으로 통과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로시간을 법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노사가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노동법에 ‘연결차단권’을 법제화한 프랑스도 법 조문은 선언적 의미만 담고 노사 협정으로 규율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담당한 김기선 노동연 연구위원은 “법률로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금전으로 보상하는 방법은 다양한 근로형태에 대한 대처법이 될 수 없다”며 “근로시간 관리 문화를 전반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현실적으로 국가가 근로시간을 지키라는 의무를 부여하고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안을 고심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52시간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보면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 관리할 필요는 있는 만큼, 이를 지침 형태로 제시할지 근로감독을 할지 등 구체적 대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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