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중남부 지역의 교민, 여행객 등 재외국민 안전 업무를 보고 있는 천현길 경찰영사는 “베트남이 마약 하기 쉬운 곳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교민, 방문객들 사이 마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라며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 영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손에 꼽힐 정도이던 교민, 방문객들의 마약 관련 사건은 지난 5월에만 3건이 발생할 정도로 급격히 늘고 있다.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약을 하게 된 경우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클럽에서의 음주, 이성간 접촉 시 술, 음료를 마시면서 그 속에 든 마약을 하게 되는 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만난 베트남 여성과 술을 마시다 마약을 시작하게 돼 결국 공관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23일),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취한 뒤 이상 행동을 보여 구금된 사례(11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앞서 7일에는 환각 상태의 남성이 38층 아파트에서 전자레인지와 TV를 창밖으로 내던져 단지 전체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천 영사는 “마약 유행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처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인주의에 근거해 국내법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베트남 방문객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행위를 목격한 사람의 신고만 있으면 얼마든지 처벌된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초상권, 인권에 대한 개념이 약한 공안에 적발되면 즉시 얼굴이 현지 언론에 공개되는 점”이라며 “이로 인해 법적 처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제2, 3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