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조의문과 조화를 ‘백두혈통’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하면서 애도를 표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과 함께 12일 오후 5시 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된 조의문과 조화를 들고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을 찾았다. 리 실장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으로 방남한 바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그리고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겸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이 이를 수령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이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화엔 ‘고 이희호 여사님을 추모하여’라는 글귀가 달렸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 측 인사들과 가진 15분간의 만남에서 “김 위원장께서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갖고 ‘김 부부장이 남측의 책임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의용 실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을 계기로 남북ㆍ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는 게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바람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은 정의용 실장 등은 이후 곧장 이 여사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앞서 이 여사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차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하노이 노딜’ 여파로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인 상황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조문단을 보내는 데 다소 부담을 느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파주=공동취재단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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