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생산 중단…스마트폰으로 생산 차질 번지면 타격 커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독자생존‘을 자신했던 중국 화웨이가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며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영향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트북이 화웨이의 주력 제품이 아닌 만큼 당장의 손실은 크지 않겠지만, 향후 화웨이의 주력인 스마트폰에도 생산 차질 문제가 생기면 화웨이는 물론 글로벌 IT 업계가 받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ㆍ중 무역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유는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노트북 시리즈인 메이트북 신제품 출시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 CEO는 제품 출시 연기 이유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과 화웨이 계열사들의 거래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렸다”며 “화웨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한 노트북을 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미국산 부품 또는 기술을 25% 이상 사용하는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출시가 연기된 화웨이의 ‘메이트북 엑스 프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 체제와 인텔 칩을 사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미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화웨이가 노트북을 주력으로 생산하지 않는 만큼, 노트북 출시 연기로 인해 화웨이가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웨이의 주력인 스마트폰에도 미국의 반도체 등 여러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이 분야에서 미국 제재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NBC는 “스마트폰은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부품 자급률을 높여 대응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많은 부품 등에 미국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생산에서 차질을 빚고 그 기간이 길어질 경우 화웨이는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받는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을 제치고 1위 삼성을 향해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던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타협점 없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던 미ㆍ중 무역 갈등이 의외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ㆍ중 갈등 배경에 5G(세대) 이동통신 시장 패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중국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미국 동맹을 제외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IT제조사 관계자는 “이달 열리는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사태 장기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화웨이가 미국 제재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양국 정상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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