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연방 당국이 페이스북의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같은 정황이 담긴 여러 이메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빨리 벌금을 내고 논란에서 벗어나려던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CEO 책임론이 불거질 만한 증거가 나와 난처해진 셈이다.
1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목한 이메일 중 하나는 2012년 4월 오간 것으로, 저커버그는 직원들에게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었다는 한 앱에 대해 묻는다. 해당 앱 개발자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선택한 개인정보 공개 설정과 무관하게 정보를 모아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할 수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 이메일에서 그러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이 실제로 가능한지, 또 자사가 이런 정보 공개를 차단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지 등을 문의했다. 이에 한 직원은 ‘(수집이) 가능하다’면서 많은 개발자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나, 까다로운 문제라고 답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문제가 된 해당 앱의 페이스북 내 서비스를 보류시키기로 결정했다.
WSJ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이메일은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직원들이 이미 7년 전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는 걸 인지했으나, 적극 대응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해 대선 캠페인에 악용한 것으로 밝혀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을 비롯해 각종 유출 사고로 1년 가까이 FTC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WSJ에 페이스북이 FTC 조사와 관련해 조속한 합의를 보기를 원했으나, 이 내부 메일의 잠재적 파급력이 변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페이스북 측은 미 연방 당국이 부과하는 벌금 규모가 최대 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30억 달러를 별도 적립했다고 밝혔다. 최종 벌금액은 FTC와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개인정보 설정을 존중하며, 명백한 허락 없이는 데이터를 제3자에 공유하지 않기로 FTC와 합의한 바 있다. 페이스북 측은 이와 관련 "저커버그나 다른 어떤 페이스북 직원도 FTC와의 합의에 따른 회사의 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적이 없고, 그런 사실을 시사하는 이메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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