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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오만해 유조선 공격 이란 책임” 이란 “미 CIA가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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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오만해 유조선 공격 이란 책임” 이란 “미 CIA가 용의자”

입력
2019.06.14 08:28
수정
2019.06.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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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 국무부가 13일 오전(현지시간) 오만 해상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격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반대로 이란 측은 미국 정보기관(CIA)이 사건 용의자라고 주장해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양국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게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판단은 첩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수준, 최근 유사한 이란의 선박 공격,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떤 대리 집단도 이처럼 고도의 정교함을 갖추고 행동할 자원과 숙련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이것은 이란과 그 대리인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상대로 일으킨 일련의 공격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며 "이유 없는 공격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항행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어떤 경제제재도 이란이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하고 세계 석유시장을 교란하며 핵 협박에 가담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는 항행의 자유와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이란의 공격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이번 유조선 피격 방법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연안에서 유조선 네 척을 상대로 이뤄진 공격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 국무부의 한 관료를 인용해 “일본 소유 유조선 측면에 선체 부착 폭탄으로 보이는 미폭발 장치가 발견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지난달 피격 때 미국이 파악한 것과 동일하다. 당시에도 미국은 유조선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13일 오만해상에서 유조선 한 척이 불에 타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날 오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석유제품을 실은 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 오만해=AP 연합뉴스
13일 오만해상에서 유조선 한 척이 불에 타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날 오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석유제품을 실은 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 오만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트위터에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며 "그들은 준비되지 않았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도 "폼페이오 장관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와 의견이 같다. 이란은 이런 일을 한 이력이 있다"라고 거들었으며, 로이터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영국도 이란에 책임이 있다는 미국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란은 이번 유조선 공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배후설’을 일축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CIA와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라며 "사우디, UAE, 바레인의 어리석음도 중동에서 폭력의 불꽃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얘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 도중 벌어진 이번 공격이 매우 수상하다면서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중동 내 긴급 대화를 제안했다. 이란 당국은 또 사건 현장에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급파해 미국, 사우디 진영의 일방적인 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해군을 보내 선원 구조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오만해에선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의 프론트 알타이르호(마셜제도 선적)와 일본 선사 고쿠카(國華)산업이 임대해 운영하던 고쿠카 커레이저스호(파나마 선적)가 피격됐다. 3번의 폭발이 발생한 프론트 알타이르호가 화염에 휩싸이자 선원 23명 모두가 긴급 탈출했으며, 이들은 한국 현대상선 소속의 현대두바이호의 도움으로 전원 구조됐다. 고쿠카 커레이저스호 선원 21명역시 피습 직후 배를 포기하고 탈출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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