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그 근거로 이란군이 피격 선박에서 기뢰를 제거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막상 해당 선박의 운영사는 ‘기뢰 공격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격 선박 고쿠카커레이저스호 운영사인 일본 해운회사 고쿠카산교(國華産業)의 카타다 유타카 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선원들은 선박이 비행 물체에 맞았다고 한다”며 “무언가 그들에게 날아왔고, 그 다음 폭발이 일어나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AP통신 역시 “고쿠카커레이저스호 피격 직전 ‘날아다니는 물체(flying objects)를 봤다’는 선원들의 증언이 있다”고 보도했다.
고쿠카산교 측의 이 같은 판단은 ‘선체 부착용 폭탄에 의한 공격’이라는 미국 주장에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소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증거”라면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오만해에서 피격을 당한 고쿠카커레이저스호 측면에 IRGC 소속으로 추측되는 소형 선박이 바짝 붙어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빌 어반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란 초계정이 피격 선박에서 (폭발하지 않은) 부착용 폭탄(limpet mine)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다 사장은 이날 “폭탄을 선박 측면에 설치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며 미국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폭탄으로 인한) 폭발이 발생했더라면 선박 다른 부위도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며 “폭발과 관통탄(penetrating bullet) 중 나는 관통탄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에는 “포탄이 (선박에) 부딪혔을 때, 그것은 수면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며 “어뢰가 아니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원들 증언에 따르면 배를 공격한 건 부착용 기뢰나 어뢰가 아니라 날아오는 포탄이었다는 것이다.
피격 위치에 대한 논란도 있다. WP에 따르면 해운사 직원들은 이날 선박 좌현에서 충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미국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선박 우현에서 손상 흔적과 부착용 기뢰 추정 물체가 발견된다. 고쿠카산교 측은 또 "일본 회사가 운영하던 유조선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을 테고 사전에 공격 예고나 범행 후 성명도 나오지 않는 점으로 미뤄 일본이 표적이 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어떠한 자가 공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선박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동을 일본은 단호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공격 주체가 이란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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