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ㆍ거리ㆍ음식점 등서 잠 못든 축구팬들 뜨거운 응원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쉽게 우크라이나에 패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대견하고 멋지다” “졌어도 이긴 것과 다름 없다”는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준우승과 이강인 선수의 골든볼 수상이란 성적표도 놀랍지만, 정말 축구를 즐기며 경이로운 기량을 보여준 어린 선수들을 향한 아낌없는 헌사다.
16일 오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치러진 U-20 월드컵 결승전은 7,800㎞ 떨어진 한국의 축구팬들을 잠들지 못하게 했다. TV를 시청하는 가구들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환하게 밝혔고, 전국의 술집과 음식점 등은 단체응원의 열기로 뜨거웠다.
야외응원전이 펼쳐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모인 시민 3만여 명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 시절을 재현하듯 관객석의 절반 이상을 붉은 물결로 채웠다. 대전시민 2만5,000여 명도 왕복 6차로 중앙로를 붉게 물들였고, 경기 수원시 월드컵경기장에도 1만여 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의 고향 대구도 축구 열기로 달아올랐다.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는 정 감독의 모교인 청구중ㆍ고 축구부와 동문 등을 비롯해 1만2,000여 명이 단체응원을 했다. 부산 해운대와 광복로, 창원시청 광장,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등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한 목소리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아들 서준(9)군 손을 잡고 상암경기장에 온 김동광(46)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못지 않은 후끈함이 느껴진다”며 “어린 아들에게 단체응원의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전반 4분 만에 이강인의 선제골이 터지자 하늘을 찌르는 환호성과 함께 전국 야외응원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뒤덮였다. 전반 33분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시민들은 실망 대신 있는 힘껏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한호성(39)씨는 “후회 없는 한판 승부였고, 졌지만 잘 싸운 수준이 아니라 졌어도 이긴 것과 다름 없는 경기였다”면서 “어린 선수들의 훌륭한 활약을 보니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그저 뿌듯하다”고 말했다. 상암경기장에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응원을 한 이모(26)씨는 “선수들이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토록 큰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유럽 3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남자 축구 역사상 첫 FIFA 결승전으로, 스톡홀름의 백야처럼 대한민국의 밤도 낮처럼 환해졌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저도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고 전했다.
17일 오전 귀국하는 U-20 대표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역~종각역~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도심 퍼레이드'도 계획했지만 교통 통제 등의 문제로 취소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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