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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홀 뉴 월드~’ 노래가 귀에 맴돌아… 지니가 부린 역주행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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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홀 뉴 월드~’ 노래가 귀에 맴돌아… 지니가 부린 역주행 마법

입력
2019.06.16 18:40
수정
2019.06.17 09:5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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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싱어롱으로 재반격… “어렸을 때 많이 부른 노래” 20ㆍ30대 동심 자극하며 인기몰이

램프의 요정 지니는 유쾌한 입담과 환상적인 마법으로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게 한다. 래퍼로도 활동하는 배우 윌 스미스가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램프의 요정 지니는 유쾌한 입담과 환상적인 마법으로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게 한다. 래퍼로도 활동하는 배우 윌 스미스가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 홀 뉴 월드~” 귀에 익은 감미로운 멜로디를 타고 스크린 속에서 마법의 양탄자가 하늘을 날았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흥얼거림이 극장 안에 퍼져나갔다. 관객 100여명이 흔드는 휴대폰 플래시가 은하수 물결처럼 출렁이며 장관을 이뤘다.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싱어롱 상영회가 열린 11일 서울 CGV 왕십리 상영관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얌전하게 공주 노릇이나 하라는 얘기에 여주인공 자스민이 떨쳐 일어났다. “누구도 나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노래 ‘스피치리스’가 시작되자 갈채가 터졌다. 모험을 함께하며 사랑에 빠진 알라딘과 자스민이 입맞춤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하며 기뻐했다.

최고 인기 스타는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 지니가 ‘프렌드 라이크 미’와 ‘프린스 알리’를 부르며 익살을 떨자 관객들도 어깨춤을 췄다. 빛이 나는 탬버린과 야광봉을 준비해 온 관객도 있었다. 직장 동료 사이인 이연희(27)씨와 손가연(23)씨는 “칼퇴근을 하고 극장으로 달려왔다”며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즐기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갔다”고 웃음 지었다.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알라딘'’싱어롱 상영회에 참여한 직장인 이연희(왼쪽)씨와 손가연씨는 손팻말을 흔들며 영화 관람을 즐겼다. 김표향 기자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알라딘'’싱어롱 상영회에 참여한 직장인 이연희(왼쪽)씨와 손가연씨는 손팻말을 흔들며 영화 관람을 즐겼다. 김표향 기자

이날 싱어롱 상영회(112석)는 신청자만 7,313명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143대 1에 달했다. CGV는 14, 15, 16일에도 5개관에 싱어롱 상영회를 편성했는데, 공지도 하기 전에 순식간에 매진됐다. ‘알라딘’이 극장가에 싱어롱 열풍을 다시 불 지피며 ‘제2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될 조짐이다.

개봉 초기엔 주목 받지 못하다 뒷심 흥행을 하고 있다는 점도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슷하다. ‘알라딘’은 상영 1, 2주차 주말에 일일관객을 30만명가량 동원했지만 3주차 주말에는 40만명으로 늘어났다. 4주차 주말인 15일에는 42만7,977명을 불러모으며 개봉 이후 최다 일일관객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부동의 1위 ‘기생충’까지 잡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섰다. 16일에는 41만3,338명을 추가해 가뿐하게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적관객수는 532만5,961명이다. ‘겨울왕국’(2014)과 ‘레 미제라블’(2012)에 이어 역대 뮤지컬 영화 흥행 3위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 관객 취향으로 여겨진 디즈니 영화가 이런 돌풍을 몰고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라딘’의 역주행은 음악의 힘이 컸다. 록밴드 퀸과 함께 성장기를 보낸 40, 50대가 ‘보헤미안 랩소디’로 퀸을 소환하며 영화 흥행을 주도했듯, 어린 시절 동명 애니메이션(1992)을 접한 20, 30대가 ‘알라딘’ 열풍의 중심에 있다. 싱어롱 상영회를 찾은 직장인 백지연(24)씨는 “OST가 계속 맴돌아 매일 듣고 있다”며 “유치원, 초등학교 때 만화로 접한 친숙한 음악이라 그런지 어린 시절 동심이 떠올라 울컥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소연(24)씨도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군무를 즐기고 싶어서 일반관부터 4DX 특별관, 싱어롱까지 포맷 별로 반복 관람하고 있다”고 했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알라딘’의 흥행은 음악을 남달리 좋아하는 한국 관객의 선호도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알라딘’ OST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알라딘’ OST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알라딘’ OST는 캐릭터에 맞춤이다. 술탄을 꿈꾸는 진취적인 ‘걸크러시’ 캐릭터로 다시 탄생한 여주인공 자스민을 위해 ‘스피치리스’가 새로 담겼다. 지니의 노래들은 래퍼이기도 한 배우 윌 스미스에 맞춰 힙합 비트로 편곡됐다. 원작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알라딘’ OST는 음원차트에서도 인기다. 벅스뮤직 15일 일간차트에 2위 ‘스피치리스’를 비롯해 6위 ‘어 홀 뉴 월드’, 13위 ‘아라비안 나이트’ 등 무려 5곡이 20위권에 올라 있다. 네이버뮤직에선 ‘스피치리스’가 5위, ‘어 홀 뉴 월드’가 7위다.

OST가 사랑받으면서 극장에는 싱어롱 상영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CGV는 확대 편성을 고려 중이다. 21일에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상영관을 대관해 ‘알라딘’을 보면서 춤을 추는 ‘댄스어롱’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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