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 배달 업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배달 하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버이츠(Uber Eats), 딜리버루(Deliveroo) 등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가 주는 수수료만 갖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배달노동자들이 자신의 배달 계정을 불법 이민자, 10대 청소년 등에 빌려주면서 하청을 주고 중개료를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현지 노동단체는 ‘대형 플랫폼이 책정한 열악한 요금제 탓에 빈자가 빈자에 재하청을 주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의 플랫폼 배달원들이 최근 배달원 신분을 대여해주면서 30~50%에 이르는 중개료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배달 노동자들의 임금도 같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버이츠는 건당 3.5유로(약 4,600원)를 지급하는데, 올해 프랑스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유로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배달 계정을 빌려 ‘배달 하청’을 하는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불법 이민자, 망명 신청자, 10대 이하 청소년 등 경제적 취약층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튀니지 출신으로 배달 하청 노동자로 일하는 아이멘 아라푸이(18)가 4시간 배달을 한 끝에 손에 쥔 돈은 고작 17유로였다. 수수료가 빠지기 때문이다. 아라푸이는 우버 이츠 계정을 일주일 간 빌린 대가로 100유로(약 13만원)를 따로 또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아라푸이는 “훔치거나 구걸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NYT에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이 같은 불법 하청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배달 업체 글로보(Glovo) 관계자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일주일간 발생하는 배달 1,200건 중 최소 5%가 불법체류자에 의해 이뤄진다”고 추정하면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프랑스 업체인 스튜어트 관계자도 “이러한 불법 거래는 취약한 계층에게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 대도시인 낭트는 이미 노동감독관이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며, 스튜어트와 딜리버루는 이 같은 착취를 추적하고 예방하기 위해 프랑스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출발점은 플랫폼의 낮은 수수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파리 배달원 노동조합의 장다니엘 자모르는 “배달 노동 일자리는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면서 “플랫폼 노동의 낮은 급여가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한 사람들을 아웃소싱하게 만든다”며 근본적 원인은 배달업체에 있다고 꼬집었다.
NYT는 배달노동자들의 급여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영국과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불법 이민자를 상대로 유사한 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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