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기적을 쓴 정정용(50) 감독과 코칭스태프, 21명의 선수단은 1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주최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800여 명의 팬들이 몰려 아이돌급 인기를 확인했다. 선수들은 그 동안 숨겨왔던 화려한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FIFA 대회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막내형’ 이강인(18ㆍ발렌시아)은 두 누나를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으로 전세진(20ㆍ수원)과 엄원상(20ㆍ광주)을 뽑으며 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강인은 “굳이 뽑자면 두 형 빼놓고는 다 이상해서 좀 부담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형들마저 박장대소했다. 정호진(20ㆍ고려대)은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 조영욱(20ㆍ서울)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뒤 용돈을 받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골키퍼 이광연(20ㆍ강원)은 4강 에콰도르전 후반 막판 마지막 헤딩 슈팅을 막아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방이라고 고백했다.
한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오세훈(20ㆍ아산무궁화)은 “이번 대회 2골을 넣어 영광이지만 그 골들 모두가 동료들 덕분”이라며 “너무 고맙고 친구들 덕에 희생이란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강인도 “옆에서 뛰어준 코칭스태프와 형들의 응원으로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선수들은 정정용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먼저 고재현(20ㆍ대구)이 ‘정정용’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에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이라 답하며 분위기를 돋궜다. 이어 정 감독이 "작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 헹가래를 못 했다"고 말하자 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21명의 선수들은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중앙으로 이끈 뒤 세 차례 힘찬 헹가래로 고마움을 전했다. 정 감독은 헹가래 중간에 신발이 벗겨졌지만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수평적인 문화와 포용의 리더십으로 주목 받았던 정정용 감독은 이날 자신의 발언 기회를 코칭스태프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감독과 선수들만 부각된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관리를 맡았던 오승환 피지컬 코치는 “저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라며 “그 자리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주장 황태현(20ㆍ안산)도 “지원스태프들께서 밤잠을 마다하시고 저희 마사지부터 경기 분석까지 팀만을 생각하셨다”며 “대표팀 모두가 간절했고 함께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돌아가며 서로를 아끼는 ‘원팀’의 모습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정용 감독은 “이제 20세 월드컵은 끝났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주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각자 소속팀에서 더욱 기량을 갈고 닦아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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