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시각장애인 행세 보조금 1억원 넘게 챙긴 40대
8년 동안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면서 1억원 넘는 보조금을 받아 챙긴 40대가 붙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로 A(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1월부터 2018년 8월 사이 부산 중구의 한 병원에서 황반변성 등 안구 질환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아 관련 서류를 구청 등에 제출, 8년간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 등으로 국고보조금 1억1,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황반은 망막이라는 안구 안의 신경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A씨는 실제 황반변성 등 안구 질환은 있기는 했지만 안경을 쓰면 운전 등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보이지 않는 척하면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공무원이 현장 확인을 하러 오면 시각장애인 행세를 했다. 시각장애 1급은 교정시력이 0.02 이하로 눈앞에 있는 것만 겨우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A씨 가짜 시각장애인 행각은 이웃 주민의 제보로 발각이 됐다. 평소 시각장애 1급으로 알려진 A씨가 차량 운전과 주차를 능숙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필체도 시각장애인처럼 보이지 않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것이다. A씨가 운전은 물론 노점상 영업을 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여기 경치 좋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확보한 데 이어 A씨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직접 운행한 내용도 확인했다.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수 차례 통고 처분까지 받기도 했다.
시각장애 1급은 1종과 2종 운전면허를 아예 딸 수가 없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아 각종 장애인 보조금을 많이 받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도로교통공단에 시각장애인 관련 자료를 공유하도록 권고했다.
부산=권경훈기자 werthe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