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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홍콩 시위를 자초한 중국

입력
2019.06.2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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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홍콩 의회가 범죄인 송환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수천명의 시민들이 입법회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홍콩 의회가 범죄인 송환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수천명의 시민들이 입법회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는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렬한 시위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시위의 발단은 시 정부가 중국 본토로 범죄 용의자를 송환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9일 홍콩 인구 7명당 한 명에 해당하는 100만여명이 거리에 나와 이 법안을 비판했고, 12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경찰과 폭력적 충돌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대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법안을 밀어붙이기로 한 듯하다. 친중 인사로 구성된 홍콩 정치지도자들은 법안을 철회하기보다, 오히려 신속히 통과시키려는 의도로 이달 말 시 입법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대재앙이 될 것이다.

송환법은 홍콩에서 ‘1국 2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애초 중국의 약속을 폐기하겠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또한 베이징 당국이 소위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편리한 법적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홍콩 시민과 홍콩 거주 외국인의 자유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법안이 명시적으로 정치 범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홍콩 주민들은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 받게 된다. 중국 사법 제도에는 정치 범죄와 일반 범죄의 구분이 모호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인권 운동가들을 정치 범죄가 아닌 일반 범법 행위로 기소하고 박해한다. 이때 흔히 적용되는 죄목은 ‘불법 영업’과 ‘소란ㆍ폭행 유발’ 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중국 당국은 홍콩에 있는 누구든지 그저 송환할 수 있는 적당한 죄목으로 기소하는 것만으로 쉽게 중국으로 잡아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범죄 입증 책임도 상당히 낮아져, 중국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품고 홍콩 정부에 송환 요청을 하면 홍콩 주민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는 무서울 정도로 빈약해진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세계가 깊은 우려를 가지고 현재 사태의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나서 중국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후, 서방 국가들은 홍콩 주민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경제 특권을 부여해 왔다. 1992년 미 의회는 홍콩을 중국 본토로부터 분리된 독립체로 대우하기 위해 ‘미국ㆍ홍콩 정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홍콩이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 자유 교환 등 홍콩에 중국과 차별화된 경제 무역 특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혜택의 지속 여부는 중국이 홍콩에 대해 ‘일국 양 체제‘를 보장한 1984년 ‘영ㆍ중 공동선언’을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 선언에는 무엇보다도 중국이 홍콩의 높은 자율성, 자유, 법치를 50년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미국ㆍ홍콩 정책법’에는 중국이 약속 위반을 단념하게 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이 법에는 “미국이 부여하는 특권을 홍콩이 유지하기에 충분할 만큼 자치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특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최근 몇 년간 홍콩이 자치구 지위를 이미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런 행동에는 중국 당국이 홍콩에 살던 다섯 명의 출판인을 납치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 의원들을 의심스러운 이유로 자격을 박탈하고,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투옥한 것이 포함한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마저 통과된다면 미국이 ‘미국ㆍ홍콩 정책법’을 폐기하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과 홍콩 시민들의 계속되는 대립은 중국 정부에 대한 공격적인 입장을 주장해온 미국 내 강경파들에게도 새 힘이 될 것이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권을 철회하는 것은 중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내 강경파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이다.

한편 현재 위기가 고조되는 미ㆍ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홍콩은 중국 역외 금융센터로서 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송환법 통과를 고집한다면 홍콩이 독립 자치구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혜 폐지를 막을 수 없게 되며, 홍콩은 즉시 국제 금융센터로서의 지위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에는 자본 접근 기회가 줄어들 것이고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의 가치도 급락할 것이다.

설사 미국이 징벌적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국은 자기가 뿌린 파국의 씨앗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송환법의 통과는 홍콩 내 법의 지배, 그리고 국제 교역의 허브로서의 매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이 이런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너무 늦기 전에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정치학과 교수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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