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천 서구 지역 사태와 무관… 노후 배수관이 원인인 듯”
인천 서구 지역의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에 이어 서울과 경기 광주시에서도 잇따라 적수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 1,000여 세대의 식수를 금지할 정도로 대규모로 적수가 나온 경우는 처음이어서 마시는 물에 대한 시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0일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수돗물에서 황토색 오염 물질이 나온다는 민원이 10건 제기됐다. 현장 조사 결과 문래 4ㆍ5가 지역의 수돗물이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상수도사업본부는 문래동 4ㆍ5가 아파트 5개 단지 1,042세대의 식수 사용을 금지했다. 민원 10건 중 5곳의 수돗물이 탁도 기준치보다 높았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노후 배수관에서 발생한 혼탁물이 아파트 저수조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래동 적수 사태의 원인으로 지은 지 46년 된 노후 배수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고 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의 직경 80㎝짜리 상수도관은 1973년 매설했다. 서울시는 1984년부터 노후관 교체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말 전체 상수도관 1만3,571㎞중 1만3,396㎞(98.7%)를 정비했다. 하지만 재개발지역 등 37㎞를 제외한 138㎞가 남아 있는데 이번에 적수가 나온 지역도 이 배수관 구간에 해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별 가정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붉은 수돗물이 나온 건 처음”이라면서도 “수계 전환 때 밸브를 급격하게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천 서구 지역의 적수 사태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초 2022년까지 연차적으로 노후 배수관 정비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예비비를 사용해 연말까지 노후 배수관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21일 새벽 1시께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시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노후 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하라"고 말했다. 또 “물은 저장하면 썩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저수조를 모두 없애는 방안을 강구하라"며 직결 급수 방안의 조속한 확대를 지시했다.
한편 경기 광주시에서도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송정동 A빌라 단지(400여 가구) 중 16가구에서 최근 한 달 새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수질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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