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25일부터 ‘대출 금융사’ 대신 ‘대출 금리’ 위주로 신용도 조정키로
신용등급 4등급인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하자 2금융권인 캐피탈사를 통해 신용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대출과 동시에 실제 연체 위험과는 무관하게 A씨의 신용점수(통상 1,000점 만점)는 64점이나 깎였다. 그 결과 신용등급도 5등급으로 떨어졌다. 신용도가 내려간 A씨는 다른 대출을 받을 때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것은 물론, 대출한도도 줄어들었다. A씨는 “2금융권 대출 사실 하나만으로 빚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셈”이라고 허탈해 했다.
금융당국이 A씨 사례처럼 단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 앞으로는 대출 받은 회사보다 대출 금리를 중심으로 개인의 신용점수와 등급이 정해지게 된다. 약 94만명의 신용도가 지금보다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걸로 전망된다.
24일 금융위원회와 주요 신용조회회사(CB)들은 25일부터 새로운 개인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신용점수와 등급이 산정된다고 밝혔다.
개편의 핵심은 신용조회회사들이 개인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어떤 금융사에서 대출 받았는지 보다, 실제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대출금리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금융권을 이용했더라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라면, 신용점수와 등급 하락폭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받을 때 떨어지는 신용등급의 폭이 돈을 빌린 금융사마다 달랐다. 평균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0.25등급이 내려간 데 반해, 상호금융은 0.54등급, 보험은 0.86등급, 카드ㆍ캐피탈은 0.88등급 등 순으로 은행보다 하락폭이 컸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대출은 무려 1.61등급이나 신용등급을 갉아 먹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CB업계와 협의해 신용평가 때 소비자가 이용한 금융사 별 가중치 비율은 낮추고, 대출금리 비율은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이 컸던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올해 1월부터 새 신용평가 모형에 근거해 신용등급을 매겨왔는데, 이번에 이를 모든 금융사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인해 2금융권 대출자 가운데 약 94만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33점 상승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이중 46만명은 신용등급이 1등급 이상 올라 향후 대출금리 산정이나 대출한도 설정 때 좀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NICE평가정보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변경된 신용등급은 내달 초순쯤 개인들에게 공지될 예정”이라며 “그 전이라도 금융기관을 통해 조회하면 변동된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서 올 1월부터 은행이나 2금융권 간 실제 신용위험 차이가 없는 중도금 대출과 유가증권 담보대출 등에 대해서는 신용평가 때 차등을 없앴다. 이를 통해 중도금 대출자 36만명과 유가증권 담보 대출자 10만명의 신용점수가 각각 평균 33점, 37점씩 올라갔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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