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총장’ 윤 총경과 유인석 대표, 전원산업 관계자 등도 검찰로
시작은 요란했지만 전부 불구속 ‘용두사미’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를 25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승리의 동업자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 버닝썬 자금 횡령에 가담한 대만인 투자자 일명 린사모(44)와 버닝썬 대주주 전원산업 관계자, 승리 등과 유착 의혹을 받는 윤모 총경 등을 비롯해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까지 총 40명의 피의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막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승리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및 성매매처벌법(알선 및 성매매)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7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승리와 유 전 대표는 공동설립한 유리홀딩스를 통해 버닝썬 자금 11억2,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린사모와 공모해 영업직원(MD)을 고용한 것처럼 꾸민 뒤 급여 명목으로 린사모의 국내 가이드 겸 금고지기인 안모씨가 관리하는 대포통장으로 5억6,6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울 강남에서 운영한 주점 몽키뮤지엄 브랜드 사용료로 5억2,800만원, 개인 변호사비로 2,200만원을 가져갔다. 승리 등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몽키뮤지엄을 유흥주점 방식으로 운영하다 적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은 린사모와 안씨, 버닝썬 공동대표 이성현ㆍ이문호씨에게 특경가법상 업무상 횡령 공범 혐의 등을 적용했다. 다만 현재 외국에 거주해 소재가 불명확한 린사모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했다. 린사모는 서면조사에서 “승리가 직접 전화를 해 안씨의 대포통장으로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버닝썬이 입주한 르메르디앙서울 호텔을 운영하는 전원산업 관계자들에게도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전원산업 이모 회장과 최모 대표는 버닝썬 임대료를 3개월 만에 6배 이상 인상해 7억4,000여만원을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승리에게 성매수 혐의와 함께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대만과 일본, 홍콩인 일행에게 수 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도 적용했다. 승리 이외에 유 전 대표와 성매매 여성 등 27명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성접대를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유 전 대표는 “단순 접대였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17년 12월 필리핀 팔라완에서 열린 승리의 생일파티 중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리 측이 항공료와 호텔비용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큰 금액이 아니었고 여성들에게 성매매 대가로 제공한 금품은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명확히 성매매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유착 의혹을 받은 윤 총경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윤 총경은 2017~18년 네 차례에 걸쳐 유 전 대표 등으로부터 식사와 콘서트 티켓 등을 받았고,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신고된 몽키뮤지엄 단속 내용을 확인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윤 총경은 수수한 금액(268만원)이 300만원을 넘지 않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적용은 피했다. 경찰은 윤 총경에게 단속 정보를 알려준 전 강남경찰서 경제팀장 A 경감과 수사를 담당한 경제팀 B 경장도 각각 직권남용 공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송치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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