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악플 피해’에 담당 교수 사과까지…“보호 못해 자괴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자랑에서 시작한 스펙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을 튀겼다. 황 대표의 특강을 들었던 숙명여대생들이 덩달아 비판을 받으면서 급기야 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를 초청했던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강 당일 사진에 찍힌 학생들이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사과문에서 “여러분들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다양한 댓글로 피해를 본 제자들에게 수업을 주관한 책임 교수로서 사과한다”며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일이 오히려 화를 미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사과했다.
또 “여러분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면서도 “여러분을 아끼고 위하려는 마음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려던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점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치외교학과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는 이번 일로 학과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대표는 20일 숙명여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다.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내서 10개 회사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서류심사를 통과한 다섯 군데의 회사는 최종 합격을 했다”며 아들의 취업 성공담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입길에 오르면서 특강을 들은 숙명여대생들도 덩달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수강생들을 향해 “저 얘기를 들으면서 가만히 있었냐”, “숙대에도 xxx가 많다”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특강을 듣는 수강생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정신적 피해가 더욱 커졌다. 수강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강제로 얼굴이 나와 욕먹고 있다”, “댓글로 상상 이상의 욕을 먹고 있어 너무 스트레스다”, “반강제로 동원됐는데, 사진에 얼굴까지 다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 대표는 아들의 스펙 논란이 일자 특강 하루 뒤 페이스북에 “(아들의) 학점은 3.29에 토익은 925점이었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거짓말 논란이 일고, 아들의 KT 취업특혜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피해도 계속됐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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