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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기후 변화, 10년 내 1억 2,000만명 빈곤으로 빠뜨려”

입력
2019.06.26 18:06
수정
2019.06.26 19: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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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부의 불평등, 기후 변화 대응능력도 양극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에 직면” 

2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드레스덴=EPA 연합뉴스
2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드레스덴=EPA 연합뉴스

“부의 불평등은 기후 변화 대응 능력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만들어낸다. 세계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차별)’에 직면해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유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자들은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 등 극단적 기상 현상에 그나마 잘 대처할 수 있지만, 빈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다. 이상기후가 빈곤층을 더 큰 가난으로 몰아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의 필립 앨스턴 ‘극빈과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날 유엔에 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앨스턴은 “부유층은 폭염과 기아, 분쟁을 돈으로 피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고통을 떠안게 되는 곳에서 우리는 ‘기후 차별’ 시나리오의 현실화 위험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재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위험을 벗어날 마땅한 수단조차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기후 변화가 부자와 빈민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다”며 “이러한 기후 차별은 향후 10년 내에 1억2,000만명을 빈곤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빈곤층은 (극단적 기상 현상 발생 시) 굶주림 아니면, 강제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2012년 미국 뉴욕시를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때, 저소득층 수천명은 며칠간 전기와 의료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맨해튼 골드만삭스 본사에선 침수피해 예방용 모래주머니 수만개가 준비돼 있었고, 사설 발전기로 전기도 제대로 공급됐다. 빈부 격차가 허리케인 피해 정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은 국가 간 불평등뿐 아니라, 국가 내 불균형도 확대시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2017년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연구는 “가뭄,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는 미국의 가장 가난한 카운티들에서 가장 클 것”이라며 “농업에 더 의존하는 빈곤 지역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알스턴 보고관은 “가난한 이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기후 변화의 공격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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