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 100% 영화 촬영 무대가 경주네… 판타지 영상 끝판왕 ‘경주’
경주는 도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이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분과 천년고찰, 기와집이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영화의 배경이 된다. 그 중에서 거대한 능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보기 힘든 ‘세트’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동쪽으로 700m가량 가면 거대한 고분군이 나온다. 영화 ‘경주(2014년 개봉)’에서 여주인공인 공윤희(신민아 분)의 집 앞에 보이는 대릉원이 자리한 곳이다. 집 바로 앞에 무덤이라니. 윤희는 남자 주인공 최현(박해일 분)에게 “집 앞에 능이 있으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경주에서는 능을 보지 않고 살기 힘들어요”라고 한다.
경주사람에게 왕릉은 그저 임금의 무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집 앞의 능은 그냥 정원의 한 부분처럼 여겨진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경주의 한 단면이다. 윤희의 집 앞 대릉원에는 신라시대 왕과 왕비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신라 미추왕릉(사적 제 175호), 경주 황남리고분군(사적 제40호), 경주 노서리 고분군(사적 제 39호) 등 크게 7가지로 나뉜다. 천마총, 금관총도 이곳에 있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국내여행 100선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계모임 술자리를 파한 최현과 공윤희, 윤희를 짝사랑하는 영민(김태훈 분)은 술김에 고분 위로 올라가 경주 시내 야경을 감상한다. 위험하면서도 그들의 일탈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는 일반인이 능 위에 올라가는 것은 위법이다. 능 사이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 등 쉼터가 많아 위안이 된다.
대릉원 옆에 청춘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영화속 윤희의 집이다. 게스트하우스 내 주인 방에서 영화를 찍었다. 창문을 열면 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극중에 등장하는 찻집 ‘아리솔’도 멀지 않다. 윤희의 집에서 500m 거리다. 경주를 연출한 재중동포(조선족) 장률 감독이 영화의 모티브인 춘화도를 직접 본 찻집이기도 하다. 영화를 촬영했던 아리솔은 수년 전 문을 닫았다. 아리솔에 오기 전 영화를 촬영했던 능포다원이 아리솔 자리로 옮겨와 있다.
능포다원은 ‘경주’ 촬영 전부터 소문난 집이다. 영화배우 배용준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 소개되면서 일본 팬들의 방문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이때부터 홍삼황차를 한국 대표 차로 메뉴에 삽입했다.
영화 속에서 최현을 배우로 오인하고 사진을 찍고 윤희에게 역사적 사죄를 하는 장면은 능포다원 원장 이일순씨가 찻집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화를 전해들은 장 감독이 즉흥적으로 극에 끼워 넣었다는 후문이다.
영화 ‘경주’는 어쩌면 경주시를 볼 때 ‘홍보 비타민’이나 다름없다. 줄거리는 일반인들이 평론하기에 대체로 난해하다 치더라도 경주 구 시가지와 최근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을 잇는 노서리, 노동리 일대를 무대로 소소한 맛 집도 등장해 최고의 경주 관광 홍보 판촉용으로 손색이 없다.
경주=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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