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매년 발표하는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보고’가 공개되었다. 지난해 동물실험을 시행한 362개 기관에서 372만7,163마리의 동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보다 20.9% 증가한 수치다. 실험은 고통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D등급과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정도 E등급이 실험 전체의 70% 이상이었다. 이는 2017년 기준 50%가 경미한 고통을 동반하는 정도, 26%가 중증도의 고통을 동반하는 정도로 나타난 영국이나 2016년 기준 고통등급을 4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고통이 심한 실험은 2.6%에 불과했던 스위스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정부 주도로 바이오의약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매년 동물실험이 증가하고 있지만, 얼마 전 복제견 ‘메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실험 윤리나 동물 복지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는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다. 동물실험을 관리하는 법은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다. 두 법 모두 동물실험의 원칙으로 동물실험의 숫자를 줄이고(Reduction), 비동물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동물실험의 3R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 현장에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규정도, 교육 같은 지원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기관마다 이해관계가 없는 위원을 포함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실험을 승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원들이 심의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관 안에서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여러 사유로 ‘견제 기구’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서를 통해 승인된 대로 실제로 실험이 시행되는지 확인, 점검하는 절차도 부족하다. 지난 수년 동안 대학에서 식용개농장과 번식업장 등에서 동물을 공급 받아 문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대학은 실험동물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해 정읍에 ‘영장류 자원지원센터‘가 문을 열기까지 했지만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종에 따른 규정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 지침에는 비인간영장류에 대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임상 증상의 예방, 진단, 치료를 위한 실험만 허용‘하고 정부가 매년 시설을 검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동물실험을 목적별 9개 연구분야로 나누어 조사했다. 그 결과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시험에 사용된 동물이 3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의학 약품에 관한 법률, 공업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 식품관련 법률 등 다양한 법률에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규제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미 개발된 동물대체시험법이 존재한다면 안전성 평가의 근거로 인정할 수 있도록 총괄적으로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와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월 3일 국회에서는 동물실험의 현행 제도를 돌아보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된다.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고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메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일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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