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영국에서 사상 처음 진행된 프로야구는 미국 본토에서도 보기 드문 ‘난타전’으로 끝났다. 안타와 득점이 많이 나온 만큼 이와 관련된 진기록도 속출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런던 시리즈’ 1차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야구 불모지인 유럽에서 열린 첫 메이저리그 경기다.
결과는 난타전 끝에 양키스가 보스턴을 17-13으로 꺾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 따르면 두 팀이 얻은 30득점은 양 팀간 대결에서 나온 최다득점 역대 2위 기록이다. 2009년 8월 양키스가 20-11로 대승을 거둔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보스턴의 홈경기로 치러졌지만 양키스도 홈에서만 입는 ‘줄무늬 유니폼’을 착용했다.
또 이날 경기는 4시간 42분 동안 이어졌는데, 정규이닝(9이닝) 기준 역대 최장 경기 시간 3번째에 해당한다. 특히 양 팀은 1회에만 58분 동안 공ㆍ수를 진행하면서 6점씩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회에 두 팀이 6점 이상 뽑은 건 1989년 토론토-오클랜드 경기에서 토론토가 7점, 오클랜드가 6점을 낸 이후 30년 만이다. 홈런이 6개 나왔고, 37개의 안타(양키스 19개ㆍ보스턴 18개)를 주고받았다.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한 선수도 11명이나 됐다. 반면 마운드에선 양 팀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양키스)와 릭 포셀로(보스턴)가 모두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각각 투수 8명씩 16명이나 투입했다. 실책도 나오지 않았다.
무려 5만9,659명이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았는데 예매 시작 15분 만에 입장권이 모두 팔릴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영국 해리(34)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37) 왕자비도 역사적인 이날 경기를 함께 관전했다. 다만 USA투데이와 ESPN에 따르면 이날 관중의 약 70%(약 4만명)는 미국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 시간이 길어지자 상당수 관중이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국제 규격의 야구장이 없는 런던에서 라이벌전을 치르기 위해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런던 스타디움을 야구장으로 바꿨다. 미국에서 흙을 가져오는 등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바꾸는 데 23일이 걸렸다. 다만 경기장 모양 때문에 중앙 거리 117m, 좌우 펜스까지 98m 등 미국 구장들보다 조금 작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올해 도쿄 개막전(일본)을 비롯해 호주, 멕시코 등 해외에서 정규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엔 영국에서 ‘런던 시리즈’로 정규리그 2경기를 치른다. 내년엔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컵스가 런던을 찾을 예정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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