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반등 조짐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추가 규제 카드로 꺼낼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끄는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를 잡는 데 주효할 거란 평가 한편으로, 수급불균형이나 ‘로또 아파트’ 양산 등 부작용을 초래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한 토론회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의 고분양가 관리 대책이 한계에 다다라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분양가상한가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서울 아파트값을 8개월가량 떨어뜨렸던 지난해 9ㆍ13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며 ‘집값 바닥론’까지 부상하자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4주 만에 보합 전환했고, 특히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전환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 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택지에도 적용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왔다. 2014년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강화하며 사실상 제도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다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 지역 중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1을 넘거나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할 때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적용 가능하다. 다만 그간 적정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민간분양가가 통제됐고 지난해 이후 줄곧 집값이 약세를 보여 실제 민간택지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가 오르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와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으로 HUG의 분양가 규제를 회피하는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기준을 추가 완화해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3.3㎡당 2,569만원)는 1년 전보다 12.5%나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선ㆍ후분양 모두에 적용된다. 분양가도 HUG의 심사 기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입장에선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 없이 정부 소관인 시행령 개정만으로 분양가 상한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사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꺾는데 있어 분양가상한제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주택 가격 규제가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먼저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 민간사업자들이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풀릴 때까지 분양을 미룰 경우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져 되레 주택가격 상승이 초래되면서 ‘규제의 역설’이 빚어질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당장은 심리적 측면에서 규제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부족이 새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이면서 청약 과열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규제가 향후 신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란 신호를 주게 돼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청약시장에 뛰어드는 ‘로또 분양’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한 공급을 늘리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분양가상한제 확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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