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까지 갔으면 더 좋았을 것” 평가도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지난달 30일 이뤄진 남ㆍ북ㆍ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만남’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해버렸다”고 평가했다.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류한 이날 판문점 회동은 워낙 급박하게 정해진 탓에 의전 측면에서 볼 때 사전 조율이 없는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탁 위원은 “의전과 기획이 없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깜짝 회동이 더 감동을 줬다는 게 탁 위원의 감상평이다.
탁 위원은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정도의 정상회담을 할 때에는 의전, 경호, 보도는 사전에 몇 차례씩 만나서 각각의 파트 별로 진행을 하는데, 전혀 진행이 안 됐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회담할 때 뒤에 북한의 인공기가 성조기와 나란히 배치돼 있어 미리 준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의장기가 바닥에 다 끌린다"며 "의장기를 부랴부랴 공수하는 과정에서 자유의 집 건물과 높이를 맞추지 못해 의장기가 바닥에 끌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건물 구조에 적합한 의장기를 사전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탁 위원은 “제가 봤을 때는 첫 장면, 그러니까 두 정상이 조우하고 통일각 앞, 판문각 앞까지 걸어가는 그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이 걸어서) 폐쇄되고 격리된 느낌인 자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도보다리에서 50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8년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탁 위원은 “그러면 카메라 한 대만으로도 도보다리 회담의 시즌2, 그 다음 그 이상의 감동을 사람들이 봤을 거고, 더군다나 날씨도 좋았다”며 “두 정상이 회담 이후 (걸어서) 나오는 길에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기념 식수한 나무에 물을 주는 이벤트를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탁 위원은 “대통령이나 국가적인 행사는 언제나 시간이 없다. 물론 어제가 더 시간이 없었을 거라곤 생각하지만 한 두 시간이라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출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많지만, 앞서도 여러 방송이나 언론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연출보다도 오히려 연출하지 않음으로써 연출하는 걸 보여줬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판문점 번개 상봉’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장면 하나하나가 그 어떠한 연출보다 뭉클한 감동을 줬다는 것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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