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후 한국 기업 대규모 매장 처음”…안마의자 하나로 유럽 시장 진출 선언
“삼성 같은 대기업 외에 파리 중심부에 200평대 매장을 낸 한국 기업은 처음입니다.”(나상원 프랑스 한인회장)
“한국 기업의 안마의자 매장이 파리에 문을 연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통상관광 국무장관 및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
지난달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스만 거리가 북적거렸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총 600㎡(약 200평) 규모의 커다란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곳은 안마의자로 잘 알려진 헬스케어그룹 바디프랜드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문을 연, 유럽 내 첫 직영 전시장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바디프랜드의 세 번째 글로벌 진출 지역이다.
이날 진행된 매장 개점식에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펠르랭 전 프랑스 통상관광 국무장관과 최종문 주불한국대사, 고광희 한인 유럽 경제인 총연합회장, 나 한인회장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비롯해 배우 겸 모델 올가 쿠릴렌코, 프란체스카 발렌티나 생로랑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워드 해롯백화점 CEO, 기욤 다빈 모이나 CEO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매장에 전시된 ‘람보르기니’와 ‘팬텀2’ 등 안마의자에 앉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일명 ‘본드걸’로 출연한 쿠릴렌코는 ‘팬텀2’ 안마의자에 앉아 연신 “어메이징(놀랍다)”을 외쳐댔다. 이날 개점식에서 참석한 40대 주부 토레스씨는 “마사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체험을 해봤는데 ‘에어백 마사지’가 특히 시원했다”며 “가격만 맞으면 한 대 구매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유럽인들의 안마의자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듯 보였다.
흥미로운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한국 중견기업의 매장 개점 행사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CEO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인 건 이례적이다. 그 중심에는 바디프랜드가 지난해 9월 영입한 이종규 유럽법인장이 있다. 이 법인장은 구찌 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 보테가베네타∙디올 코리아 CEO를 지낸 국내 1세대 명품 브랜드 경영인이다. 그는 국내에 명품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에 소속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며 명품 시장의 르네상스기를 선도했다.
바디프랜드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 시장에 고급 안마의자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다. 안마의자를 들여놓을 수 있는 넓은 집을 소유한 파리의 부유층을 타깃으로 고가의 명품화 전략을 세웠다. 이번 매장에 소개된 안마의자 제품들의 평균 가격은 6,000유로(약 780만원)이며, 가장 비싼 ‘람보르기니’ 안마의자는 3만유로(약 4,000만원)다. 특히 프랑스에선 일반적이지 않은 사후관리 서비스도 뒷받침했다. 3년 품질보증 기간을 뒀고, 배달에서 설치까지 해주는 ‘화이트 글로브 서비스’, 48시간 AS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첫 매장 입지를 라파예트와 프랭탕, 봉마르셰 등 고급 백화점이 밀집한 패션과 쇼핑, 명품의 메카인 오스만 거리로 낙점한 것도 같은 전략에서다. 현지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이를 위해 바디프랜드는 17년 간 루이비통, 로에베 등의 아트 디렉터를 역임한 빈센트 뒤 사르텔 디자이너를 지난 2월 영입해 유럽법인 수석디자이너로 앉혔다. 그는 오는 11월쯤 출시될 유럽풍 안마의자의 디자인을 직접 손보고 있다.
관건은 과연 한국의 안마의자가 유럽에서 통할지 여부다. 고급화 추구만으로 파리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법인장은 “유럽인들이 최근 건강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두 달 동안 봉마르셰 백화점에서 바디프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봤는데, 안마의자가 10대 넘게 판매됐다”며 “부유층에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상품과 매장, 서비스 전략 등을 제대로 다져서 1년 안에 1만대 판매, 3년 안에 유럽 10개국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디프랜드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에도 차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파리=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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