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탑승 전 주위 물리고 알려주는 등 최소 2차례 구두로 내용 전달 받아
“중요한 내용이 대화 속에 있었다”… 야당 “방관자 신세” 비판에 반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평화의 악수’를 하기까지 청와대도 뜬눈으로 밤을 새며 물밑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이 53분간 진행될 동안 회담장 밖에서 묵묵히 기다렸던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회담 내용의 대부분을 직접 전달 받았다고 청와대는 1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방관자 신세가 됐다는 야당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소 2차례 구두를 통해 북미 회담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TV화면에 나왔듯이 한미 정상이 함께 있었는데 거기서 일부 회담 내용이 전달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에 타기 직전까지 회담 관련 내용 일부를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기 전에 통역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물리고 둘만이 한동안 귓속말을 했다”며 “중요한 내용이 그 대화 속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미국 측에서 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받았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내용은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된 대화 재개를 위해 북미가 2~3주 내에 실무팀을 꾸려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북미 양 정상이 48분간 나눈 밀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예고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트윗 이후 만 하루 만에 역사적인 이벤트가 벌어지기까지 청와대가 긴밀한 조율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이런 작업을 물밑에서 진두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날 당시 윤 실장이 중계 카메라에 잡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메시지를 내고, 북한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역할을 했다”며 “북한 측과 미국 측을 접촉해 경호ㆍ의전ㆍ보도 등에 대한 조율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정상들의) 하차지점ㆍ동선 등을 조율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윤 실장은 지난달 30일 새벽까지 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에 오는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앞서 두 차례나 대북특사로 북한을 찾는 등 대북 접촉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윤 실장을 북미 간 조율의 책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 경호팀과 의전팀이 따로 있는데도 윤 실장이 투입된 이유에 대해 “(경호ㆍ의전팀은) 따로 움직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회의장에 앉아 회의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며 얘기를 한 것”이라며 “포토라인 설정부터 정상들이 몇 시에 만날지 등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하루 연가를 쓰고 관저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남북미 판문점 회동까지 굵직한 이벤트를 치른 뒤 잠시 심신을 달래는 시간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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