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환 반대한다, 청와대가 나서서 직접고용 해달라.”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강행하려다 경찰과 1시간 가까이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 등에 소속된 요금수납원 8명과 민주노총 소속 간부 1명이 현장에서 체포돼 연행됐다. 요금 수납원들은 이날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구조물 위에 올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고공농성도 사흘째 이어갔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다수 기관이 자회사 고용 방식을 취하면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근로자와 각 기관이 충돌을 빚고있다. 대표적인 기관은 한국도로공사다. 2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하면서 신규 채용을 거부한 톨게이트 수납원 1,500여명과 계약을 해지했다.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요금수납원 5,000여명은 도로공사서비스 소속으로 일한다.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해 불법 파견을 인정 받았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공사가 상고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공사 측은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직접 고용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자회사 전환도 ‘정규직 전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 7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직의 경우 생명ㆍ안전업무는 직접고용이 원칙이라는 전제를 뒀지만, 이 외에는 직접고용과 자회사, 사회적 기업 등의 방식 가운데 노사 협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에 이에 어긋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요금 수납원들은 “법원이 직접 고용을 판결했음에도 도로공사가 정부 정책을 핑계 삼아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처럼 자회사 전환 방식에 대한 현장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파견ㆍ용역직 6만2,855명 중 3만2,514명(54.7%)이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강원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부산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한국가스공사 등은 여전히 직접고용이냐 자회사냐를 두고 정규직 전환 분쟁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노사 합의에만 맡겨둔 정부의 애매모호한 가이드라인이 갈등을 부추겼다고 본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회사 고용에 반대하는 것은 그 동안 다수의 공공기관들이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자회사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며 “자회사 설립은 전문성 강화와 독자성 유지라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운영이 불가피하다면,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 한국노동연구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회사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사유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자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모기업과 공동노사협의회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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