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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천계영은 왜 손가락 대신 목소리로 웹툰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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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천계영은 왜 손가락 대신 목소리로 웹툰 그릴까

입력
2019.07.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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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작업 과정 생중계…”정말 대단” 응원 댓글

만화가 천계영 유튜브 라이브 캡처
만화가 천계영 유튜브 라이브 캡처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유명 만화가 천계영씨가 손가락 대신 목소리를 사용해 작업하는 모습을 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양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후 나타난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 증상으로 마우스 클릭은 물론이고 칫솔을 쥐는 일조차 힘들어졌으나,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이 같은 방법을 찾아냈다는 설명이다.

천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작업실을 공개하고 마이크와 마우스, 키보드, 트랙패드(터치패드)를 이용한 웹툰 작업 과정을 생중계했다. 그는 건강 악화로 인해 지난해 3월부터 연재 중단에 들어간 다음 연재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다음 화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천씨는 앞서 지난달 2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할 수 있는 손가락을 되찾지 못했다”면서 “많은 고민 끝에 컴퓨터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이용해 목소리로 만화를 그리는 일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해당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장 연재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과 소통을 해나가겠다는 취지였다.

다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캡처
다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캡처

천씨는 이날 “(손가락) 연골이 닳아있는 상태라 사용할수록 점점 더 닳는 손가락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대신 목소리로 ‘클릭’이라고 말하거나, ‘그려줘’ ‘지워줘’ 등 미리 입력해 둔 명령어를 말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를 수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시네마4D’(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의 하나)를 이용해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를 불러와 목소리로 얼굴이나 자세를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목소리를 이용한 웹툰 작업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생중계 화면에서 컴퓨터가 천씨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갑자기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멈추는 일이 빈번했다. 그는 “(작업에)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도 털어놨다.

데뷔작 ‘언플러그드 보이’로 인기를 얻은 천씨는 이전에도 잉크나 펜 등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출판 만화계에서는 처음으로 광마우스를 이용해 원고 작업을 하는 등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다. 웹툰 작업에 3D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방식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덕분에 프로그래머나 외부의 조력 없이 목소리를 이용해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씨가 2014년부터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돼 올해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그는 “그 전에 원고 작업을 해서 (먼저) 결말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지금은 예전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일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댓글로 응원에 나섰다. “정말 대단하시다. 작품 다시 연재하시면 꼼꼼하게 감상하겠다”(슈***) “손가락과 마우스를 사용하더라도 저는 차마 엄두를 못 낼 작업들이다”(SE***) “작가님의 열정도 의지도 대단하지만 기술도 이만큼 발달해서 다행이다”(ㅇ***) 등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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