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최고라지만 ‘외식’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외식을 자주 하는 이들은 음식이 맛있는 집을 찾는 것이 즐거움이다. “음식의 맛이 좋기로 이름난 음식집”을 줄여서 ‘맛집’이라고 하는데, 관련 표현으로는 ‘맛집 거리’, ‘맛집 골목’, ‘맛집 기행’, ‘맛집 탐방’, ‘인생 맛집’ 등이 있다.
‘맛집’에서 모음 하나만 다른 ‘멋집’도 함께 쓰인다. 이 표현은 “외관이나 내부의 장식이 특이하고 멋있는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따위를 이르는 말”의 뜻이다. 음식이 맛있으면서 공간의 멋까지 있는 ‘맛집 멋집’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두 말의 최근 쓰임을 살펴보니, 본래의 뜻을 넘어 의미 기능이 다양해졌다. “타이틀곡만큼 수록곡도 퀄리티 개높은 수록곡맛집”의 ‘수록곡맛집’은 수록곡들이 모두 듣기 좋은 음반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노래 맛집’, ‘명반 맛집’이 있다. “아니 진짜 얼굴 맛집이네”에서 ‘얼굴 맛집’은 예쁘거나 잘생긴 것을 뜻한다. “여기가 엔딩 맛집인 거 같은데요”의 ‘엔딩 맛집’은 드라마나 공연의 끝 장면을 멋있게 마친 것을 가리킨다. 이런 보기에서 ‘맛집’은 음식의 의미에서 벗어나 어떤 상태나 품질이 최상임을 나타낸다. ‘맛깔스럽다’가 ‘먹음직하다’의 뜻에서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확대된 것과 비슷하다.
“울동네가 까마귀멋집!”의 ‘까마귀멋집’은 까마귀를 멋있게 찍을 수 있는 곳의 뜻이다. “이 집 피켓 잘하네~ 피켓 멋집이네”에서 ‘피켓 멋집’은 피켓을 잘 제작하는 가게를 뜻한다. 이런 보기의 ‘멋집’은 멋있는 집이라는 본래 뜻을 넘어 확장된 의미에서 쓰였다. 많은 새말을 만들어 내고, 기본 뜻에서 새로운 뜻으로 바꾸어 쓰는 젊은 화자들의 역동적 모습이 맛깔스럽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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