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자기들이 벌어놓은 수준에 맞게 시작할 테니 아버지가 만족하지 않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어요”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딸을 잃은 이씨는 5일 고인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게 “신혼 살림 구할 때 필요하면 얘기하라 했는데도 예산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비 입장에서는 말 못할 정도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며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씨가 마지막으로 딸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고 당일 ‘예비 신랑과 결혼 반지를 찾으러 간다’고 인사하던 때였다. 바로 그 날 오후 5시 45분쯤, 이씨는 경찰서로부터 자신의 명의로 된 차량이 사고 현장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현장으로 향하던 중 “따님이 구출돼 순천향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지만 병원 도착 후 검안 중이라는 구청 직원 말을 들어야 했다.
“자립심 강하고, 취업 후에도 더 큰 물에서 경험을 쌓아 나중엔 경영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이었다”던 이씨는 “공무원이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99번에 한 번만 확인하는 것이 아닌지, 책상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씨는 “전날 오후 11시 넘어 철거하던 사람들이 와서 ‘죽을 죄를 졌다’며 무릎 꿇은 것, 오늘 아침에 구청장이 조문 와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 이외에 건축주, 건축회사, 감리자, 감리회사로부터 감리가 어떻게 됐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시정 조치를 내렸는지 연락 받은 바가 없다”며 “사고대책본부 결정 내용 브리핑이 있을 것이란 말이 있었지만, 구청장과 국장이 와서 조문했을 때도 아무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철거 공사 1차 심의 계획서를 지하실 때문에 반려했다’는 설명 외엔 들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관공서는 안전에 대한 지휘 관리를 어떻게 했고, 철거회사는 안전하게 관리감독을 했는지, 건물주는 건물 철거하는 데만 관심 있었는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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